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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신년 인터뷰] <6·끝>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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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신년 인터뷰] <6·끝>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입력
2007.01.14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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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개헌을 제안한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어떤 자리인가.말 한 마디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자리다. 국민은 하루 하루 위기를 느낄 정도로 난국인데 대통령은 민생은 뒷전이고 오로지 선거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_노 대통령은 오히려 ‘한나라당이 정략적’이라고 했다.

“나도 대통령 4년 연임제의 필요성을 알고 있고,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모든 일은 때가 있는 법이다. 개헌문제는 대선 후보들이 공약을 내걸고 국민의 충분한 공감을 얻어 차기에 추진하는 게 맞다. 지금 국내외적으로 현안이 얼마나 많나. 핵문제, FTA,부동산 문제…. 이런 데 집중하라는 게 국민의 뜻이다. 그렇게 하자고 하는 게 왜 정략적인가. 오히려 임기 말 느닷없이 개헌 카드를 꺼내는 게 더 정략적이다. 대선에 개입해 정권을 연장하겠다는 의도 아닌가.”

_대선 후보가 되면 4년 연임제 개헌을 임기 중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겠나.

“후보가 되면 당과 협의를 해서 국민에게 공약으로 제시하겠다.”

_당 대표로서 한 일이 많은데, 최근 지지율을 보면 국민 평가가 야박하다는 생각이 안 드나.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한 자리로 내려갔을 때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마지막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결과적으로 그 호소를 국민들이 들어줬다. 그런 면에서 나는 국민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빚을 갚는 길은 사심 없이 최선을 다하고, 약속한 것을 반드시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_그래도 이명박 전 시장과 지지율차가 큰데.

“지지율은 그때 그때 국민의 평가다. 겸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노력할 생각이다. 정치를 하면서 지지율에 연연해 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당대표로서 어떤 일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올해부터는 국민 곁에 더 다가가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어떻게 살려낼지 얘기하는 기회를 많이 갖겠다.”.

_김대중 전 대통령과 손 잡고, 영호남 화합 구도를 만드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승부수라는 얘기도 있다.

“대표 시절 호남을 자주 찾았지만 당장의 표를 얻겠다고 간 게 아니다. 국민 화합이 없으면 경제 회생이나 국가발전이 있을 수 없다. 정치인은 다음세대를 생각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 한다는 말이 있다. 정치인이라면 ‘하나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지역 화합 문제를 승부수로 띄우겠다는 생각은 없다.”

_과거엔 중도 이미지였는데 지금은 보수화했다는 평가가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자고 했다. 복지의 중요성도 간관 하지 않았다. 공권력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법치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정부의 규모 줄이고 세금을 줄이고 규제도 과감하게 혁파해 투자를 살리자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보수적이라고 한다면 나는 우리 정치인들이 다 보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문제에서도 포용정책의 취지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지금의 포용정책은 실패했다. 북한이 핵개발까지 했고 한반도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포용정책은 좋지만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했다. 그래야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원칙을 지키자고 했는데 잘못된 보수라고 한다면 나로선 방법이 없다.”

_박 전 대표 주변엔 보수적이고 나이 많은 인사들만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캠프 안에는 아주 젊은 분부터 경륜 있는 분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다. 뜻이 맞기 때문에 모인 것이다. 작은 정부 큰 시장, 감세, 규제혁파로 일자리를 늘리자는 등의 국정 운영 원칙을 함께 하는 동지들이다.”

_의원 줄 세우기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명박 전 시장쪽과 비교하면‘친 박근혜’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더 많다.

“돈과 공천권이 좌우하던 과거의 계파와는 다르다. 계파는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개혁의 대상이란 생각에 변함이 없다.”

_친박 의원들이 많다 보니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당 인적 쇄신에 장애가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대표 시절에도 공천은 투명하게 이뤄졌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방선거에서도 공천권을 16개 시도에 나눠줬다. 한나라당이 얼마나 변했는지 밖에서 실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나라당이 아직도 옛날 정치를 하고 있다면 지금의 지지율은 꿈조차 꾸기 어려웠을 것이다.”

_그런데 요즘 들어 당내‘사고’가 잦다. 한나라당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화가 완전히 되다시피 한 정당을 이끌어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새 지도부가 사명감을 갖고 잘 할 것으로 생각한다.”

_대선주자들에 대한 사전 검증은 어떻게 해야 하나.

“후보의 입장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니다. 당의 결정대로 따를 것이다. 대선에서 두 번이나 졌다. 대선이 당을 떠나 국가운명을 결정하는 너무나 중요한 선거인 만큼 이번에는 실패해선 안 된다. 당이 잘 판단해서 처리 할 것으로 본다. 당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내 놔도 수용할 의사가 있다.”

_여권에서 박 전 대표를 향해 네거티브 공격을 한다면 어떤 게 있을 수 있다고 보나.

“대표 재직 시 엄청난 네거티브 공격을 받았다. 여당이 거의 매일 공격 하다시피했다. 어떤 네거티브를 해도 거뜬히 이겨낼 자신이 있다. 나 만큼 검증 받은 사람도 없다.”

_경선 방식과 시기를 두고 논란이 있다. 박 전 대표가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는 시각이 있다.

“경선 룰에 대한 입장은 한마디로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다. 고칠 명분이 있다면 모를까 ‘여당이 하니까 우리도 하자’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 경선 룰은 한두 사람이 모여 만든 게 아니다. 57회나 전국 순회하면서 대의원과 당원들이 합의해 만든 것이다. 당시 대표였던 내가 그걸 먼저 바꾸자고 할 순 없지 않은가.”

_경선에서 1,2위를 하는 주자가 대통령, 총리를 나눠 맡자는 얘기도 있다. 혹 다른 주자와 연대를 고려하나.

“당의 입장에서 보면 좋은 방법도 되겠지만 국민이 볼 때 ‘자기들끼리 나눠 먹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지금은 연대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

_‘한국의 대처’가 되겠다고 했다. 대처 전 영국 수상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게 선거에서 도움이 된다고 보나.

“선거 활용 차원에서 한 말이 아니다. 1979년 대처 전 수상이 취임했을 때의 영국과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이 비슷하다. 중병을 앓고 있었다. 대처 수상이 강력한 개혁정책을 펴고, 소신 있게 나라를 이끌고 가 다시 경쟁력 있는 국가로 변모했다. 그런 리더십을 배우자는 뜻에서 한 얘기다.”

_세상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고 서민들 삶을 잘 모른다는 평가도 있다.

“청와대를 나와 18년간 자연인으로 살았다. 당시 전국을 많이 돌아다니며 평범하게 살았다. 정치인 가운데 나 만큼 민생현장에 많이 간 사람도 없을 것이다. 대표 시절에만 155회 갔다. 중소기업인, 시장 상인, 택시 운전기사를 만나 애로를 들었다. 어떻게 하면 예산에 반영하고 법으로 만들지 고민했다. 부모님을 흉탄에 잃고, 배신도 엄청 많이 당해봤다. 나는 절망의 끝까지 가본 사람이다. 인생의 심연에 내려가보고 위기를 넘기며 살아왔다. 결과적으로 인생 공부가 됐고, 수양이 됐다.”

_부동산 문제 해결 방안은 뭔가.

“부동산 문제는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집 있는 사람은 수요공급 시장원리에 따르면 된다. 문제는 집 없는 국민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나는 국가 시행 분양제를 제안했다. 쉽게 표현하면 ‘원가아파트제’다. 농산물도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산지가격과 소비자 가격에 차이가 난다. 아파트도 땅 사서 형질 변경하고 집 짓고 분양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올라간다. 제일 많이 이득을 챙기는 곳이 시행사다. 때문에 국가가 직접 시행하면 이윤을 흡수할 수 있고 분양가를 30%정도 낮출 수 있다.”

대담=유성식 정치부장

■ 김교수가 본 박근혜…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

부드러운 카리스마… 원칙과 버림의 리더십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인터뷰 중 온 힘을 실어 말한 단어는 '원칙'과 '버림'이었다. 원칙과 버림은 박 전 대표의 리더십을 가장 잘 특징지을 수 있는 낱말이자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한 자릿수에서 40%대로 끌어 올린 비법이기도 하다.

그는 여의도 당사를 매각하고 천막 당사로 옮기며 당을 구조조정했고, 당의 재정 상태가 열악했음에도 당 연수원을 약속대로 국가에 헌납했다. 이처럼 버림의 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의 멍에를 벗어날 수 있었다.

박 전 대표의 한나라당에서는 정치권에서 흔히 듣는 '실세'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없었다. 박 전 대표가 자기 계파를 만들지 않고 당의 공조직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는 17대 총선 때 과거 야당의 돈줄로 악용돼온 비례대표에 전문성과 직능대표성을 지닌 사람들을 공천하도록 했고, 지방선거에서는 경선이 공천의 주된 방식으로 자리 잡도록 했다.

과거의 야당들이 '야당 탄압' 운운하며 제 식구 감싸기를 했던 것과 달리 중진 의원의 비리도 검찰에 고발하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살을 도려내는 버림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거친 목소리로 다투면서 이뤄낸 것이 아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얻어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보수적 이미지가 지지율 하락의 요인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박 ?대표는 환한 미소와 단아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원칙과 버림의 리더십은 하위 조직에 권력을 위임함으로써 더 큰 권력을 얻는다는 임파워링(empoweringㆍ권력 위임) 리더십보다도 한수 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략적 계산이 아니라 맑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 역시 아무런 계산 없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경우가 많다. 더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지치고 힘든 사람들일수록 울림의 파장은 더 크다.

그러나 버림의 리더십은 버릴 것이 많은 사람들, 마음이 맑지 않은 사람들이 주위를 에워싸면 그 빛을 잃을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정리=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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