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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시인축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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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시인축구팀

입력
2007.01.1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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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시인들이 주축이 된 축구팀이 하나 있다. 축구팀 이름은 '글발'이다. 예전엔 원래 '시인의 발'이란 뜻으로 '시발'이라고 했지만, 어감의 문제 때문에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재작년인가 작년쯤에, 그 시인축구팀과 시합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몇몇 인상적인 풍경이 있어 여기에 적어두고자 한다. 우선, 시인축구팀은 준비운동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이 급격한 체력저하와 근육경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대신 시인들은 시합 전, 과도한 흡연을 한다.

또한 많은 축구 선수들이 전반전 종료 후, 몸 속 떨어진 수분을 이온음료로 보충하는 것과 달리, 시인들은 '카스'나 '참이슬'로 보강한다. 그래서 대부분 후반전은 술기운으로 버틴다.

잘 뛰지도 않고, 산책하듯 어슬렁거리며 자신 앞으로 굴러온 공을 밀어내기도 한다. 그들과 시합이 끝난 후, 나는 예전보다 훨씬 더 시인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시인들은 어떤 종목이든, 어떤 장르이든, 그것에 참여하기만 하면, 그것들을 한 편의 시로 탈바꿈시키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스코어도 때론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깨달았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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