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전 아들 치료비를 내지않고 도망쳤습니다. 늦었지만 치료비를 받아주시고 용서해주세요.”
지난 11일 오전 부산대병원 원장실에는 70대 할머니가 찾아와 꼬깃꼬깃한 봉투를 내밀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최모(72) 할머니는 사연을 묻는 직원들에게 35년 전 일을 털어놓았다.
1972년 어느 추운 겨울날, 최씨가 부산 중구 영주동에서 식당 일을 마치고 자정께 집으로 돌아왔을 때 돌이 갓 지난 아들은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앓고 있었다. 아이를 들쳐 업고 달려간 부산대병원 응급실에서 급성폐렴 진단을 받았고, 한달 간의 입원치료 끝에 완치가 됐다. 하지만 여의치 않은 살림에 20만원이 넘는 아이 치료비를 마련할 수 없었던 최씨는 아이를 업은 채 몰래 병원을 빠져 나왔고 그 뒤 35년간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았다. 그때 고비를 넘긴 아들이 장성하고 집안 형편이 차츰 나아지면서 최씨는 빚을 갚아야겠다고 결심하고 11일 부산행 새벽기차에 올랐다.
김동헌 병원장은 “당시 할머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오히려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고마울 따름”이라며 “할머니가 건넨 치료비를 병원발전 후원금으로 사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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