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건강보험 시행 30년을 맞는 해로 건보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이기도 하다. 선진국 수준으로 보장성 확대,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의 성공적인 정착, 4대 사회보험의 징수통합 등 굵직한 현안을 눈 앞에 둔 이재용(54ㆍ사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12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공단 본관 6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_올해부터 약값을 낮추기 위해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이 시행됐다. 신약을 주로 공급하는 다국적제약사와의 약가 협상이 만만치 않을 텐데….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은 가격에 비해 약효가 좋은 약들을 리스트에 올려 이 약에 대해서만 건보를 적용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별도로 정해진 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약품만 건보를 적용하지 않는 네가티브 리스트 시스템이었는데 이보다 약값 통제를 강화한 것이다. 새 제도에 따라 공단은 외국제약사들과 약가협상을 해야 한다. 외국 제약사들은 경험과 자료가 많고 협상기술도 보통이 아니어서 어려운 과정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우리도 철저히 대비 중이다. 이미 시작한 해외시장 조사가 마무리 단계다. 10여명의 전문가를 영입해 관련 팀도 만들었다.”
_건보 보장성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2008년까지 건보 급여율을 71.5%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의 ‘건보 보장성 확대 로드맵’을 보건복지부와 공단 등이 협의해 2005년 발표했다. 우선은 국민들의 체감 부담이 큰 부분부터 급여화한다는 생각이다. 올해는 보장성 확대를 위해 7,000억원 정도를 투자한다. ‘보험료가 인상된다’ ‘건보 재정이 악화한다’ 는 등의 지적도 있지만 이는 옳지 않다. 건보가 사회보장제도의 핵심임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우려를 하는 것이다. 올해 안에 일단 선택진료비(특진비)와 상급 병실료 차액의 급여화를 추진한다. 전면적인 시행이 힘들다면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_담배에 부과되는 건강증진기금으로 건보재정을 유지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담배에 부과되는 돈을 건보로 끌어 쓰는 것은 근시안적인 방식이다. 담배를 피우면 피울수록 단기적으로 건보재정에 득이 되지만 그로 인한 건강유지 비용이 증가해 결국 재정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아예 건강세 등 세목을 만들어 환경 및 건강 침해 기업에 물리고 국민들도 일정 정도 부담하는 방법 등을 연구해야 한다. 그러나 세금을 더 내라고 요구하는 것이어서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 건보재정의 안정화를 위해 수입구조도 다변화해야 한다.”
_공단이 직영하는 병원이 전국에서 경기 고양시 일산병원 하나뿐이다.
“이미 복지부에 시설 증대를 요청했고, 그 쪽에서도 직영병원을 늘리는 게 당연하다는 답을 보냈다. 실무적으로 어떤 지역에 병원을 신설할지 논의 중이다. 기존 병원을 매입해 다시 재개원하는 방법도 있다. 일산병원은 국민들에게 보다 질 좋고 저렴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단이 직영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수가 결정, 재료 값 산출, 각종 의료비용 설정을 위한 표본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하나로는 이런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전국에 추가로 2개의 직영병원이 필요하다고 보며 올해 중 개설이 결정될 것이다.”
_정부 방안대로 4대 사회보험 징수업무가 국세청 내 신설조직으로 통합되면 1만여명에 달하는 공단 직원들이 구조조정되는 것은 아닌가.
“현재 공단은 건보 행정업무에 매달려 있다. 하지만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검진사업을 내실화하는 부분에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또 새로 시작되는 노인수발보험 운영에도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인적 구성은 이런 사업을 감당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다. 전체 직원의 3분의 1이 넘는 3,500여명이 새로운 업무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건강관리사ㆍ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 등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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