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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화가들, 그림의 본질을 묻다/ 국제갤러리 '회화에 대해'… 노충현·문성식·이광호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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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화가들, 그림의 본질을 묻다/ 국제갤러리 '회화에 대해'… 노충현·문성식·이광호 초대전

입력
2007.01.1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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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 화랑 중 하나인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가 젊은 화가 3인전으로 올해 첫 전시를 시작했다. <회화에 대해> 라고 제목을 붙인 전시에 문성식(27) 노충현(37) 이광호(40)를 선택했다.

이광호는 사실적인 인물화로 비교적 알려진 편이지만, 지난해 첫 개인전을 한 문성식이나 작은 화랑과 대안공간을 돌던 노충현은 단번에 대형화랑으로 점프를 한 셈이다. 국내 원로ㆍ중견작가나 해외 유명작가를 주로 다루던 화랑이 젊은 작가를 초대한 것은, 최근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젊은 작가들이 약진하는 데 따른 반응으로 볼 수 있다. 노충현은 “독립영화 찍다가 충무로에 들어온 느낌”이라며 “기회이자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아직 성장 중인 젊은 작가가 갑자기 뜨면 현기증 끝에 추락할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회화의 본질을 묻는다. 현대미술의 온갖 매체 실험 격랑에 파묻혀 한때 종말론이 떠돌 만큼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회화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요즘, 그림은, 그리기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짚어보는 전시다. 전통적 회화의 기술에 정통하면서도 그림 안에 자신만의 사유 체계를 구축한 작가를 골랐다는 것이 화랑 측의 설명이다.

노충현은 동물원을 그린다. 그런데 동물은 없고 텅 빈 우리만 보인다. ‘몽유도’ ‘백야’ 같은 문학적 제목을 달고 있는 이 그림들은 붓의 결을 반대로 꺾어서 그린 것이다. 희부윰한 썰렁한 화면을 역방향으로 쓸고 간 붓질은 거칠고 메마른 느낌을 준다. 작가는 “색소의 알갱이를 드러내는 기법”이라고 설명한다. 어떻게 그려야 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답이다.

문성식은 사람이 다듬은 정원을 그린다. 침엽수의 바늘잎 하나하나까지 지독하게 꼼꼼하게 그린 사실적 그림인데도 사뭇 초현실적이다. 언뜻 보면 아주 단정한 나무이고 정원인데, 가지가 찢겼거나 뿌리가 드러나고 흙이 파헤쳐진 모습이 심상찮다. 조용하게 은폐된 잔인함, 그 안에 도사린 팽팽한 긴장감을 시치미 뚝 떼고 천연덕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이광호는 같은 규격 100여 점의 상반신 초상화로 벽 3개를 몽땅 덮었다. 그림 속 인물들은 머리카락 한올한올, 피부의 결, 옷의 질감까지 놀랄만큼 사실적이어서 “영혼을 만지듯 촉감으로 사람을 이해한다”는 작가 자신의 말과 한 치도 어긋남이 없다. 그는 “초상화 그리기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관계 맺기”라고 말한다. 대상을 인터뷰해서 그리기를 고집해온 그는 그림 속 주인공들의 소지품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이런 생각을 좀더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전시는 31일까지. (02)735-8449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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