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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大 조국 교수 "민주化 박종철, 시든 관심 착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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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大 조국 교수 "민주化 박종철, 시든 관심 착잡"

입력
2007.01.1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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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 509호. 이제는 경찰청 인권보호센터가 된 이곳에서 20년 전 이날 22세의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 박종철씨가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졌다.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그의 죽음을 기리는 20주기 추모제에서 서울대 법대 조국(42) 교수를 만났다. 박씨의 희생은 군사독재 속에 허덕이던 나라의 운명을 바꾸고 많은 이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박씨의 고교(부산 혜광고) 1년 선배로 당시 서울대 법대 4학년이던 조 교수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을 꺼낸 조 교수는 “종철이가 숨졌다는 소식에 머리 속이 텅 비는 것 같았다. 군사정권의 폭압이 운동권 핵심도 아닌 종철이마저 고문하고 죽였다는 사실에 치를 떨었다”고 회고했다.

조 교수는“모두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했지만 그 때만 해도 종철이의 죽음이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당시 법대 학생회의 각종 유인물을 찍어내는 편집실 편집장이던 조 교수는 박씨를‘참고인’으로 ‘연행’해 마구 고문한 사법 현실에 분개, 대학원 진학 뒤 형법을 전공하게 됐다.

그는 20년을 맞아 사람으로 치면 성년이 된 이 땅의 민주주주에 대해 안타까움을 얘기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지금에 와서는 종철이를 죽음으로 내몬 세력들이 오히려 고개를 들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그는 특히 “민주화 이후 태어난 세대는 ‘박종철’이란 존재조차 잊어가고 있다”며 “‘옛날이 좋았다’는 과거 미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른 채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려 한다”고 걱정했다.

조 교수가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독재시절의 수많은 죽음이 현대사에서 갖는 의미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대 내에 박종철강의실 박종철길(路)을 만들면 학생들이 자연스레 민주화에 몸을 던진 선배의 이름과 행적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대학도 비슷한 교내 기념시설을 마련하도록 각 대학 교수들과 손잡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대가 군사정권과 함께 학생들의 민주화 노력을 억압한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는 서울대 교수들의 연명 건의서도 총장에게 낼 계획이다.

조 교수는 마지막으로“이만큼의 자유를 얻기 위해 종철이 등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됐다”며 “우리 사회는 민주화의 밑바탕이 된 그들을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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