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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원치 않은 혁명, 1848' 20세기적 갈등의 첫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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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원치 않은 혁명, 1848' 20세기적 갈등의 첫 격돌

입력
2007.01.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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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몸젠 지음ㆍ최호근 옮김 / 푸른역사 발행ㆍ426쪽ㆍ2만원

지금 우리에게 유럽 1848년 혁명은 어떤 의미인가. 1789년 프랑스 대혁명, 1830년 7월 혁명과 1848년의 2월 혁명, 그리고 파리코뮌(1871)에 이르는 19세기 연쇄 혁명의 흐름에서 유독 48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독일 사학자 볼프강 몸젠의 <원치 않은 혁명, 1848> 은 유럽이라는 무대에서 자유 평등 등 근대적 가치들이 국가와 계급에 따라 어떻게 달리 수용되고 표출되었는지 살피는 책이다. 그는 48년이 자유주의 혁명의 대명사인 1789년 혁명과 1917년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을 잇는, 달리 말해 자유와 평등이라는 시대정신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저울의 중심이었다고 본다.

알려져 있다시피, 2월 혁명의 중심에는 ‘보통선거권’이라는 평등의 이념이 놓여 있었고, 그 대열에는 역사의 전면에 처음 등장한 노동계급이 있었다. 역사철학적 관점에서 사회발전 이론에 근거한 혁명 개념을 처음 제시한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이 ‘선언’된 것도 그 해 그 달, 혁명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몸젠은 당시의 정치 지형에서 구체제의 한계는, 극소수 보수 지배집단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인정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문제는 변화의 방식이 과거의 전면적 부정에 근거한 혁명이냐, 점진적 진화적 개혁이냐 였다. 자유주의 부르주아들은 그들의 계산- 입헌제를 통한 점진적 개혁-이 모종의 위험한 힘(민족주의나 계급적 유혈혁명)에 의해 좌초될 것을 두려워했고, 민족주의자들은 자유주의적ㆍ기회주의적 개혁의 한계를 염려했다. 훗날 마르크스 진영에서는 노동계급의 계급의식 부재를 혁명 실패의 원인으로 탄식했다.

책은 48년 혁명이 부르주아의 입장에서는 결코 원치 않는 혁명이었고, 그 양상 역시 “목적의식적 혁명적 행동의 산물”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8년 프랑스 2월 혁명(실제로는 해를 넘겨 베를린과 빈 부다페스트 피에몬테로 번져나간 유럽적 사건)은 자유주의와 민족주의 사회주의등 20세기적 갈등의 요소들이 격돌한 첫 무대였고, 결과적으로 “유럽 대륙의 전통적 국가질서”를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하나의 유럽’에 대한 현재적 열망을 배면에 깔고 몸젠의 ‘1848년’을 읽는 것도 꽤 근사한 독법이 될 것이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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