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 동포가 석 달만 연초를 끊고 한 달에 20전씩 모은다면 1,300만원이 될 터이니 국채 갚는 것이 어찌 걱정이랴.”(1907년 국채보상취지문)
국채보상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금연운동이 국채보상운동 100주년을 맞아 다시 대구에서 불붙는다.
대한제국의 외채 1,300만원을 갚아 국권을 회복하자는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대구에서 불씨를 지폈다. 당시 1,300만원은 대한제국의 1년 예산 규모로 현재가치로는 3,900억원이다. 그런데 온 민족을 살아 꿈틀거리게 했던 국채보상운동의 시발점이 ‘담배를 끊어 모은 돈으로 외채를 갚자’는 소박한 단연(斷煙)운동이었다.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는 12일 “을사늑약 후 일본 군용담배가 우리 시장을 어지럽히는 것을 막고 나라 빚을 갚자는 차원에서 시작된 단연운동은 당시 국채보상운동으로 확산됐으며, IMF 외환위기 때는 금 모으기운동으로 강력하게 분출됐다”면서 “이 같이 뜻 깊은 단연운동을 기리기 위해 대구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금연운동을 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00년 전이나 IMF 때처럼 경제가 위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돈을 모으지는 않고 정신력 강화와 건강증진 차원에서 금연운동을 끌어 갈 예정이다.
기념사업회는 다음 달 23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한국금연운동 100주년 기념 선포식을 열고 금연 성공자들을 초빙, 전국금연대회도 개최한다. 대구시내 곳곳에서 금연전시회와 금연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도 열어 흡연자들의 금연 의지를 일깨우기로 했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는 대구은행은 이미 올해 초부터 금연운동에 동참했다. 두 명이 한 조가 돼 서로 격려와 감시를 한 덕분에 담배를 끊을 수 있었던 이 은행 금연직원들은 매일 담뱃 1갑 가격에 해당하는 2,500원을 통장이나 돼지저금통에 모으고 있다. 이 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등 뜻 깊은 데 쓰는 직원들도 있다고 한다.
기념사업회는 금연운동 기념사업 이외에 다양한 국채보상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기념일인 다음 달 21일 대구 엑스코에서 기념식을 개최한 후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중심 인물인 서상돈(徐相敦ㆍ 1850∼1913) 김광제(金光濟ㆍ1866∼1920) 선생의 흉상을 제막한다. 또 당시 신문기사와 일제 자료, 학회지, 회고록, 사진 등을 모은 <국채보상운동 자료집> (전 4권)을 권당 3,000부씩 제작, 전국 초ㆍ중ㆍ고교와 대학 등에 배부한다. 국채보상운동>
이날 전국 우체국에서는 기념우표 160만장이 발매되며, 다음달부터 4월까지 서울 국립중앙극장과 경북 포항시, 구미시 등에서 국채보상운동을 소재로 한 창작 오페라 <불의 혼> 이 무대에 올려진다. 이에 앞서 대구 서상돈 고택과 국채보상운동 대구군민대회가 처음 열린 북후정(대구시민회관 자리) 등 4곳에는 국채보상운동 상징표석이 세워진다. 불의>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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