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9일 대통령 4년 연임제 도입 및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일치 등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총선과 대선의 동시 실시, 4년 연임제 등을 통해 국정 안정과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면서 장점을 부각시켰으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제도의 장단점을 놓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 가운데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키는 문제에 대해선 장단점이 공존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임기 불일치= 부정적’‘임기 일치= 긍정적’이라고 도식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임기를 일치시키면 얻는 것이 많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잦은 선거를 줄일 수 있어 선거 비용 뿐 아니라 국가ㆍ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정치 과잉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또 국정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이득도 있다.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면 여당이 국회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상황 때문에 제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는 폐단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장점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도 일치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대선과 총선이 같이 치러지면 아무래도 국민들이 같은 기준으로 국회와 정부를 구성하게 돼 여소야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어진다”며 “정국 안정을 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도 “잦은 선거를 줄여 국론 분열상을 줄이는 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점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문제가 총선을 통한 중간 평가가 불가능해지고, 국회와 정부의 상호 견제 기능이 약화된다는 점이다. 윤명선(헌법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임기를 일치시키면 효율성 측면에서는 좋겠지만 총선을 통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회를 잃게 된다”며 “정부와 국회의 권력분립 차원에서도 임기를 일치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임기를 일치시키면 제왕적인 대통령 권력이 출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장영수 교수는 “다수당을 가진 대통령은 권위주의와 독재화의 경향을 보일 수 있다”며 “단임제를 연임제로 바꾸면서 동시에 임기까지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4년 연임제 개헌을 추진한다면 총선을 중간평가로 활용하기 위해 일부러 4년 임기 중간에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임기를 일치시켰음에도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다수당을 차지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4년 임기 내내 대통령과 다수당이 충돌하는 부작용도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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