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그제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공격적인 대형 설비투자와 기술개발을 통해 일부 분야에서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고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엘피다메모리사가 이 달 초 삼성전자보다 앞서 70나노 D램 양산에 들어갔고, 낸드플래시 세계 2위인 도시바도 삼성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56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일본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의 공격적 투자에 밀려 94년 이후 세계 1위 자리를 내주고 와신상담의 세월을 보내왔다.
두 나라 반도체산업의 운명을 가른 변수는 무엇이었나. 바로 시설 투자다. 일본이 80년대 말 반도체 불황을 우려해 투자를 늦추는 사이, 삼성전자는 조 단위 비용이 들어가는 신규라인을 과감히 건설하고 연구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때 투자를 적기에 하지 못했다면 오늘날 수출의 11%, 국내 총생산(GDP)의 5%를 차지하는 반도체산업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태어나지도 못했다.
그렇게 반도체 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시설 투자를 정부가 막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하이닉스반도체가 2010년까지 13조 5,000억원을 투자하는 이천공장 증설계획을 수도권 집중억제와 균형발전의 논리로 허가하지 않고 있다.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반도체산업의 특성 때문에 회사측은 1분 1초가 아까운데 지난해 9월 제출한 허가신청 서류는 여전히 '검토 중'이다. 하이닉스가 굳이 이천을 고수하는 이유도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수도권 공장증설은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불가쪽으로 기우는 듯 했으나 하이닉스가 투자계획을 변경하기로 함에 따라 다시 최종 결정이 연기된다고 한다.
이 문제는 지금 대형 지역민원으로 커져 가고 있다. 투자변경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속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정부는 정권의 논리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미래를 위해 공장 증설을 조속히 허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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