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끊임없이 거듭나 생명을 부여 받는다. 정초 연극계에 고전의 아취와 실험 정신이 그득하다.
안톤 체홉의 <갈매기> 극단 여백은 창당 10주년 기념으로 이 작품에 착목했다. ‘인간이란 타인의 고통에는 무관심하면서 자신에게만은 철저하게 몰두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소망은 끝내 자신을 배반한다. 이 모순 또는 배반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러시아의 외딴 시골에서 도시인들이 벌이는 증오, 욕망, 고독, 슬픔, 분노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갈매기>
1896년에 씌어진 작품이지만, 삶의 부조리함과 인간 모순에 대한 통찰은 시대를 초월한다. 원작의 묘한 매력에 끌려 애플시어터, 김금지 앙상블 등 많은 극단들이 자기 색깔에 맞춰 해석했지만 이번에는 철저히 원작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다. 또 체홉 특유의 정교함을 소극장 무대에 가장 어울리게 연출한 치밀함도 미덕이다. 오경환 연출, 신종남 유준원 등 출연. 16~21일 우석레파토리 극장. 화~금 오후 8시, 토ㆍ일 4시 7시30분. (02)762-0810
<신의 아그네스> 는 현대의 고전이라 할만하다. 1978년 나온 작품이 1983년 국내 초연된 이래, 수녀 임신과 영아 살해라는 소재는 사람들의 호기심에 값해 왔다. 윤석화(1983년ㆍ86년ㆍ2000년), 신애라(92년), 김혜수(98년) 등 타이틀 롤 배우를 스타덤에 올려 놓은 무대다. 신의>
이번 아그네스는 MBC 공채(30기) 탤런트 전예서(26). 15년만에 이 작품에서 다시 만난 박정자(66) 손숙(64)의 각오 또한 남다르다. 각각 원장 수녀, 법정 정신과 전문의로 연기한다.
무대는 종교물이나 스릴러물이기에 앞서 여성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도 읽힌다. 수녀원에서 죽은 여동생에 대한 기억을 안고 사는 의사 리빙스턴, 두 딸을 가졌으나 방치한 채 수녀로 살아가는 원장, 어머니로부터 학대 받고 버려진 아그네스 등 등장 인물의 삶이 그리는 여성성도 비범하다.
이번 무대는 제작사 플래너코리아가 원작자측인 존 필미어 에이전시에 처음으로 저작료를 지불하고 만들어졌다. 짜깁기식이었던 지금까지의 공연과 달리, 가장 최근에 나온 대본을 완역한 대본으로 만들어진 무대다. 연출 박정희. 2월7일까지 정동극장. 화~금 오후 7시30분, 토ㆍ일 7시. 수요일 12시30분은 주부를 위한 공연이다. (02)3272-2334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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