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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허투루 쓰일 뻔한 삼성장학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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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허투루 쓰일 뻔한 삼성장학기금

입력
2007.01.1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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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고 우려했던 일이 역시나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삼성 이건희 회장이 내놓은 기금 8,000억원을 관리하는 장학재단이 당초 취지에 맞지 않게 방만 운영됐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당초 이 기금은 삼성이 불법 대선자금 제공,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사과 의미로 출연한 것이어서 그 의도와 성격에 논란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기부문화가 척박한 우리 풍토에서 전례 없는 거액 출연만으로도 큰 의미를 평가 받았다.

그러나 당시에도 많은 이들이 걱정한 대목은 과연 이 막대한 기금이 한 푼 허투루 쓰여지는 일 없이 제대로 운용될까 하는 것이었다. 공익의 이름을 내건 우리나라의 많은 재단이 유관부처 공무원들의 낙하산 인사, 방만 운영에 따른 기금 누수 등으로 문제 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국민과 언론은 그래서 삼성장학재단에 대해 공익성과 공정성, 효율성을 특별히 강조해 주문했다.

신인령 재단 이사장이 밝힌 실태는 이런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니었음을 명백히 보여 주는 것이다. 재단 사무국 직원 11명 중 9명이 교육부 공무원 출신인 데다, 이들은 '한직'으로 옮겨 가는 데 대한 보상 명목으로 상당한 액수의 인센티브까지 약속 받았다고 한다.

국가가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분야에, 소중하게 국가 대신 써 달라고 기탁한 돈을 정작 국가공무원들이 자기들을 위해 흥청망청 쓰려 한 셈이니 그 기본적인 인식의 부도덕성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재단이 사무국 인원과 임금을 대폭 줄이고 사무실 규모도 축소하는 등 잘못된 구조를 신속하게 바로잡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삼성장학재단은 워낙 큰 국민의 관심 속에 출범한 만큼 앞으로도 그 운영과정을 늘 주목 받게 될 것이다.

아무쪼록 조직 운영과 기금 사용의 투명성, 적합성, 효율성 등에서 전범을 보여 교육소외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나아가 우리의 기부문화를 한 단계 높이는 데도 기여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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