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통합신당파 일부 의원은 12일 긴급모임을 갖고 독자 신당 창당을 위한 ‘국민 대통합 신당추진 의원협의회’를 별도로 구성키로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과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신당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신당파 의원들은 전당대회가 원만히 치러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아래 탈당 가능성을 열어놓고 신당 창당을 모색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따라 내달 14일 전당대회 이전에 집단 탈당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은 또 “대통령이 개헌 제안의 진정성을 충분히 전달하고 성공적으로 국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당적 정리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아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모임에는 최근 선도 탈당 의사를 밝힌 염동연 의원과 조배숙 양형일 박기춘(희망 21), 전병헌, 김낙순(국민의 길) 의원 등 신당파 내 각 모임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박기춘 의원은 모임 후에 “전당대회가 제대로 열리기 힘들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았다”며 “그 경우 독자 신당을 만들기 위해 통합추진협의회 기능을 담당할 의원협의회를 구성키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독자 신당이 탈당을 전제로 한 것이냐”는 물음에 “염동연 의원과 모임을 같이 하는 것을 보면 감이 잡힐 것”이라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전대준비위가 20일까지 적절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염 의원 등과 함께 동반 탈당해 신당 창당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염 의원은 “탈당할 사람이 상당히 많고 시기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신당의 조직과 자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병헌 의원은 “의원협의회는 당내 모임으로 출발하지만 이후 당 외부 인사들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민주당이나 고건 전 총리 등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대준비위에서 신당파와 사수파 간 의견 조율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 사수파가 노 대통령의 개헌 추진을 뒷받침하려면 당내 균열음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정세균 의원을 당의장에 추대하는 것을 조건으로 신당파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것도 양측간 의견 접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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