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새 이라크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라크 저항세력의 미군 공격을 지원하는 이란, 시리아로부터의 네트워크를 추적해 파괴하겠다고 경고한 뒤 관련된 군사조치가 이어지면서 무력충돌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1일 상원 외교위의 청문회에 출석, “이란, 시리아 네트워크에 대한 파괴는 이라크 내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이란, 시리아 국경 너머로까지의 추격 가능성을 일단 부인했다. 그는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명백히 우리 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어떠한 방법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과 관련, 미군은 부시 대통령이 새 이라크 정책을 발표한 지 불과 수 시간 만에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있는 한 이란 사무소를 급습, 외교관을 포함한 이란인 6명을 체포하고 각종 서류 및 컴퓨터를 압수했다. 또 미 국방부는 중동지역의 군사력 증강 차원에서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를 걸프만에 추가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온건 아랍국 등 중동의 미 우방들에는 곧 미국의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이 배치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군사적 조치는 이란 핵개발 저지와 관련된 경제봉쇄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란 제재 결의가 채택된 데 이어 미국은 별도로 9일 이란 국영 세파은행에 대한 금융제재를 발동, 이 은행의 국제적 달러화 거래를 사실상 중단시켰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9월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에 대한 자금송금을 이유로 이란 사데라트은행에도 금융제재를 취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우방국들이 이란에 대해 유엔 제재 이외의 개별 제재 조치를 추가로 가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미 의회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강공이 이란 및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침공이나 중동 전역으로의 전선 확대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11일 열린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민주당 소속 조지프 바이든 외교위원장은 “부시 대통령이 이란에 눈을 돌린다면 의회가 개입할 것”이라며 “의회가 부시 대통령에게 부여한 무력사용권은 이란에까지 적용되는 것이 아닌 만큼 이란을 공격하려면 다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처럼 부시 정권이 이라크, 이란 등 중동문제에 깊이 빠져 있기 때문에 북한 문제는 긴장 및 대치관계로 몰아가지 않고 현실적인 접근전략을 펼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윌리엄 테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제안보프로그램 선임 고문은 이날 “이라크전 외에 이란 문제가 (미국 능력의) 빈 공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생각하기도 어렵고, 북한을 그렇게 다루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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