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1일(현지시간) 쿠바에 있는 관타나모 미군기지의 테러용의자 수용소를 폐쇄할 것을 촉구했다.
반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용소 개소 5주년을 맞아 “나의 전임자(코피 아난)와 마찬가지로 나는 그 감옥이 폐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의 발언은 부시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수용소를 폐쇄하려는 미국의 구체적 움직임이 아직 없는 상황에서 나와 유엔 총장으로서 독자적 목소리를 낸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반 총장은 내주 워싱턴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지만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문제를 언급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 후 현지에서 체포한 테러용의자들을 수용하면서 본격 가동됐다. 770명이 수용됐으나, 이 중 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불과 10명에 불과해 인권유린 논란을 빚어왔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이날 “관타나모는 불법행위의 상징”이라며 “수용자들을 완벽한 보호 하에 석방하거나 공정한 과정을 통해 기소하고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 총장은 또 취임 초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사형집행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 “국제사회에서 사형제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며 이 같은 추세가 확산되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밝혀 사형제를 옹호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반 총장은 이어 북한핵 문제에 대해 “2차 핵실험 징후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안전보장이사회 및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고 상황이 허락한다면 북한 당국과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달 말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리는 아프리카정상회의에 참석해 수단 다르푸르 문제와 소말리아 문제를 집중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기자들로부터 알 카에다 소탕을 명분으로 한 최근 미국의 소말리아 공격이 정당하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정당하다, 또는 아니다는 식의 일도양단식 답변은 하지 않겠다”고 빠져나갔다.
한편 지난해 채택된 안보리 결의 1718호에 의거해 구성된 대북제재위원회는 결의 채택시점으로부터 90일 안에 활동상황 등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토록 한 규정에 따라 이날 안보리에 그 동안의 활동상황을 보고했다. 제재위 의장인 피터 부리안 슬로바키아 대사는 “제재대상 개인과 단체 지정 문제는 아직 이에 대한 공식 요구가 전혀 없었다”는 말로 아직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뉴욕=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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