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2일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드라이브에 대해 한편으론 무시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제안 철회를 압박하는 양면작전에 들어갔다.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제안 이틀 만에 기자간담회를 가진 것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4당의 외면과 냉랭한 여론 때문이라고 보고 무시 전략을 계속해 개헌론의 힘을 빼겠다는 것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는 노 대통령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이 벌이고자 하는 싸움판에 결코 말려들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윤석 의원은 “대통령의 헌법 상 권한은 음식의 맛을 보듯 실험해 보는 권한이 아니라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며 “계엄권, 비상조치권, 전쟁선포권은 행사되지 않으면 좋은 권한이고, 개헌 발의권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노 대통령도 개헌에 관해 헌법책을 한번 더 읽어보고 개헌발의가 국민이 원치 않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게 헌법정신에 맞다”고 주장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 대통령 자신과 일부 청와대 참모진만을 위한 잔치는 이제 끝났다”며 “유명한 배우가 깜짝 쇼를 하더라도 관객이 외면하면 그 무대는 막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개헌 제안이 정권 연장 전략에서 나온 만큼 이를 저지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헌과 남북정상회담 등 여권의 정치적 반전카드에 대비하기 위한 기구를 출범시키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은 앞으로 2~3개월 동안 논란이 되는 논쟁거리를 계속 제공할 것이기에 조직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재철 의원도 “적어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입장을 적극 알리는 것은 융통성을 가지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개헌 제안의 정략적 의도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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