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11일 전날 밤 발표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새 이라크 정책에 대해 ‘계산된 도박’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계산’을 했으나 그 계산은 도처에 널린 함정과 장애물을 극복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도박이라는 얘기다.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는 미군 증파를 골자로 한 부시 대통령의 새 정책을 ‘어리석음의 행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국민이 자신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줄 수밖에 없고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도 반대는 하겠지만 예산봉쇄의 초강수까지는 쓰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듯 하다.
부시 대통령의 이런 판단과 태도는 테러와의 전쟁에 관한 한 역사가 자신을 정당화해 줄 것이라는 특유의 독선적 사고방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라크 미군 증파를 지지하는 국민은 전체의 20%에 안팎에 머물고 있다. 민주당 뿐 아니라 여론 주도층, 심지어 이라크내 미군 지휘관 등 군부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강한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이 오히려 전쟁을 확대, 심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거의 ‘종교적’신념에 근거한 승부수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미 이라크전의 수렁에 빠져 있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도박이라도 해보는 것이 남은 임기 2년 동안 해볼 수 있는 유일한 정책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시 대통령은 미군 증파의 현실적 이유로 이라크내에서 테러리스트와 저항세력들을 소탕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병력이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미군 2만여명 증파는 일시적 치안확보 효과만 있을 뿐 장기적으로 미군 사상자의 증가를 감수해야 하며 결국 저항세력 제압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라크 정부가 미군 증파에 맞춰 약속한 이라크 보안군의 추가 투입 계획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팽배하다. 부시 대통령의 미군 증파 계획은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 정부의 역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실패로 귀착될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의 반대 강도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판단도 틀릴 수 있다. 민주당은 우선 하원 등에서 구속력이 없는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켜 부시 대통령의 독주에 경고를 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상ㆍ하원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전개될 이라크 정책에 대한 각종 청문회도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행정부내 강경파들에겐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과연 예산통제의 칼을 꺼내 들 것이냐에 대해서는 양론이 있으나 예산의 직접적인 봉쇄나 삭감까지는 아니어도 예산집행에 따르는 조건을 매우 엄격하게 함으로써 부시 대통령의 손발을 묶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각국 반응/ 英·佛·러 등 "부정적"… 日·호주는 "지지"
이라크에 미군 2만명을 증파하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새 이라크 정책에 대해 세계 각국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라크 정책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춰온 영국은 이라크에 군을 증파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블라디미르 샤마노프 러시아 국방장관도 "미군의 추가적인 파병이 이라크 사태를 극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필립 두스트 블라지 프랑스 외무장관도 "이라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들과종교 종파, 그리고 정치세력이 참여해야 한다"며 정치적 전략을 통한 포괄적인 접근을 제시해 새 이라크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반면 미국과 군사적 협력을 강화해온 일본과 호주는 새 이라크 정책을 적극지지하고 나섰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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