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체험 텐트 시위가 프랑스에서 성공을 거두자 다른 유럽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노숙자 체험 텐트 시위는 ‘돈키호테의 아이들’이라는 작은 시민단체 주도로 지난달 중순 시작됐다. 8만6,500명에 달하는 프랑스 노숙자들에게 ‘쾌적한 집에서 살 권리’를 주기 위해서였다. 오거스탱 르글랑(31)이 주도한 이 단체 회원들은 파리 생마르탱 운하 주변 등에 300개의 텐트를 치고 노숙 생활에 들어갔다. 이들은 2일 노숙자들과 함께 파리 증권거래소 부근의 빈 사무실을 점거, ‘주택 위기 대책부’라고 이름 붙이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민들도 잇따라 노숙자 체험에 동참해 주목을 받으면서 릴 니스 리옹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됐다.
이 같은 시위에 프랑스 정부도 두 손을 들었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가 3일 노숙자 등에게 ‘법적 주거권’을 주는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 법안은 2008년까지 노숙자, 저소득 근로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에게 우선적으로 주택을 제공토록 했다. 2012년부터는 열악한 주택에 사는 사람이 정부 당국을 대상으로 더 나은 주거 여건 마련을 요구하는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했다.
노숙자 문제가 정치 쟁점화하자 여야 대선 후보들도 앞다퉈 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집권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대선 후보에 나설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2년 안에 누구도 거리에서 잠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대선 후보는 “경제적 불안에 맞서 싸우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의 ‘항복’으로 힘을 받은 ‘돈키호테의 아이들’ 회원들은 프랑스 내에서의 텐트 시위는 중단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주말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국외 원장을 나서 노숙자 체험 텐트 시위를 펴기로 했다. 이들은 “다른 유럽국가에서도 이 같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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