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 자체보다 개헌 파문이 마무리될 때쯤의 상황을 더 걱정하는 모습이다. 어차피 개헌안이 발의되더라도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국회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개헌 제의에 이어 임기 단축 등의 또 다른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조기 대선 실시 등 정국 급변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유기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개헌안 통과가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제안하고 나선 것은 뭔가 다음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개헌안과 대통령 불신임 연계, 대통령의 임기 단축, 선거구제 변경안 제시 등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놓고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개헌 문제를 둘러싼 여론전에서 분명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 대통령의 제안을 ‘대선용 정치적 꼼수’로 등식화할 방침이다.
당내 대선주자들도 겉으로는 한결같이 개헌 논의 반대를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신중하게 득실 계산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은 “변수가 생기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현행 헌법 유지가 최선”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캠프 일각에서는 대통령 하야로 인해 대선이 앞당겨 실시되는, 만일의 사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 전 시장이 현재 지지율에서 단연 선두이기 때문에 대선이 언제 실시되든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 많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조금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개헌이 발의되는 순간부터 찬반 여부를 놓고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친노 대 반노 구도로 양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노의 정점에 있는 박 전 대표가 점점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지지율에서 밀려 있는 손학규 전 지사 측은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면서 정상적으로 12월 대선이 실시되기를 바라고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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