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1일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간담회에 대해 “구구절절 코흘리개 골목대장과 같은 노무현식 억지”라며 비난했다. 개헌제안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자 직접 국민을 상대로 정치적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언급한 탈당과 임기단축 문제 등에 대해선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선주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개헌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무시전략’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구체적 사안을 놓고 여야간 정쟁을 벌이는 것이 노 대통령의 정략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인식에 흔들림이 없다.
강재섭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앞으로도 개헌논의에 일절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전의 개헌 제의 때와) 내용이 특별히 바뀐 것이 없지 않는가. 더 이상 할말이 없다”고 말을 삼갔다. 한 측근은 “경제 살리기에 모든 것을 쏟아야 할 중대한 시기에 개헌 논의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대통령이 임기 1년을 남기고 개헌을 얘기하는 것은 질책 받아야 마땅하다”며 “대통령 탈당 등 문제도 거래처럼 주고받을 게 아니라 대통령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관심 없으니 대통령의 뜻대로 하라는 얘기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개헌에 집착하지 말고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드는데 전념하기 바란다”고 훈수를 뒀다.
민주당은 “개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찾아볼 수 없어 실망스럽다”며 “탈당은 노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할 일이지 야당에 돌리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일장훈시’ ‘고집불통’ ‘야당자극’ ‘논쟁유발’의 16자로 정리가 된다”며 “대국민 설득이라기보다 자기 주장만 앞세웠고, 야당에 대한 자극적 발언을 통해 새 논쟁을 만들려고 한 유감스러운 회견”이라고 각을 세웠다.
민노당이 노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공격하며 개헌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은 정부 여당이 비정규직 관련법을 통과시키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해온 데 대한 반발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와 함께 대선과 총선이 같은 시기에 치러지는 4년 연임제가 도입될 경우, 대통령과 정당 투표가 ‘패키지식’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에 소수당인 민노당에는 불리할 것이란 판단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고건 전 총리는 “특별히 논평할 게 없다”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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