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지역 외국어고 입학 전형부터 구술면접에서 수학ㆍ과학문제는 출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이 10일 외고 전형 개선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외고 준비생들의 구술면접 사고력 문제 대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강제 조항이 아니어서 외고측의 100%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어떻게 바뀌나
시교육청은 이날 ‘외고 신입생 전형 개선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원외고 등 6개 외고는 이달 안에 2008학년도 전형일정 및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개선안의 골자는 ▦중학교 교육과정 수준 문제 출제 ▦내신 실질반영률 상향 조정 ▦구술 면접 출제방법 개선 등이다. 이정곤 중등교육정책과장은 “중학교 교과 과정만 제대로 이수해도 외고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개정 취지”라고 설명했다.
외고 입학 전형은 학교성적(내신)과 영어듣기, 구술면접 등 3가지 방식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신의 경우 실질반영률이 4~15%에 그쳐 영향력이 미미했고 영어듣기나 구술면접도 사교육을 받지 않고는 손도 못 댈 문제가 적지 않았다.
개선안은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내신 실질반영률은 3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영어듣기와 구술면접은 중학교 과정 내에서 출제토록 했다. 지금까지 외고 교사만으로 구성된 공동출제위원단에 장학사와 중학교 교사를 참여시키고 일반전형에서만 이뤄지던 공동 출제도 특별전형까지 확대했다.
구술면접의 한 영역인 사고력측정에 지나치게 어려운 수학ㆍ과학문제가 나온다는 지적에 따라 수학ㆍ과학 교사는 출제위원에서 배제키로 했다.
일부 특별전형 방식에도 손을 댔다. 시교육청은 “외고 교장단에 학교성적우수자(특별)전형의 취지를 살려 내신성적만으로 신입생을 뽑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일부 외고는 그동안 이 전형에도 ‘내신+ 영어듣기+ 구술면접’방식을 도입해 빈축을 산 바 있다.
▲외고 수용할까
개선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권고’ 수준이어서 외고측 수용이 관건이다. 시교육청은 외고 교장단이 합의한 내용이라고 설명했지만 개정안 자체에 강제성이 없고 어길 경우에도 불이익이 따르지 않아 실효성이 의문이다. 2005학년도 일반전형 구술면접에서도 시교육청은 ▦지필고사 금지 ▦우리말로 묻고 우리말로 대답 ▦단답형 문제 금지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나 이를 지킨 외고는 거의 없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외고가 이달까지 개별적으로 마련해야 할 전형안도 교육청 최종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말해 외고들이 개정안을 어길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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