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요가 하는거야.”
새해를 맞을 때마다 주문외듯 다짐하는 것이 운동. 그런데 막상 운동 좀 하려면 갑자기 날씨는 왜 이리 추워지고, 신발은 왜 죄 다 밑창이 허술한지. 이래서야 무릎관절이나 버리지 싶은 순간, 신발장 한구석에 처박아 둔 요가 매트가 떠오른다. 요가로 살 빼고 몸매도 예뻐졌다는 가수 옥주현, 영화 <올드보이> 에서 유지태가 선보인 엎드려 다리 들어올리기 동작(이걸 요가에서는 ‘메뚜기자세’라고 한다지), 하다못해 서울시장이 되기 전 정수기 광고에 잠깐 등장했던 오세훈 시장의 요가 모습까지 줄줄이 이어진다. 따뜻한 실내에서 느리게 추는 춤처럼 우아하게 수련하며 건강을 다질 수 있다면 이 보다 좋을 수 있을까. 내친 김에 요가원을 찾았다. 그런데, 요가 선생님의 한 마디 “요가, 잘 못하면 독 되요!” 올드보이>
요가 지도자들을 지도하는 최아룡(36ㆍ세상속으로 가는 요가원 원장, 몸과 마음연구소 소장)씨는 “요가를 다이어트의 방편이나 건강에 무조건 좋다는 식으로 생각해선 곤란하다”고 말한다. 체질이나 성별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련하면 오히려 병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요가 지도자들 중에도 7년을 수련했는데 오히려 점점 살이 찐다는 사람, 관절이 아픈 사람 등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꽤 됩니다. 겨울이면 자기 손발이 너무 차가워서 수련자들의 손을 잡아줄 엄두가 안 난다는 사람도 있지요. 요가 지도자가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으니까 혼자 끙끙대다가 결국 문제를 털어놓아요. 결론부터 말하면 여자의 체질과 생리구조에 맞는 요가는 따로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에 나온 동작을 무조건 따라 하면서 없던 병도 키웁니다.”
최씨가 말하는 여자를 위한 요가는 이렇다. 예를 들어 유지태가 선보인 메뚜기 자세의 경우 남성한테는 훌륭한 수련법이 되지만 여성에게는 권하기 어려운 동작이다.
“메뚜기 자세는 우리 몸의 기(氣)를 아래로 내려줍니다. 남자는 보통 기가 위로 올라가(상기) 살도 상체에 많이 쪄요. 이럴 때 기를 아래로 내려주면 온 몸의 균형이 맞춰지고, 신장 기능을 강화하면서 성기에 힘이 쏠려 정력을 키우는 효과를 볼 수 있지요. 반면, 여성은 하기하는 체질이라 하체에 살이 집중되는데 이 자세를 많이 하면 허벅지가 굵어지고, 자궁하수가 있는 사람은 더 악화될 수 있어요.”
허리 근력을 강화하고 뱃살을 빼준다고 알려진 뱀자세도 좋지 않다고 말한다. 치질 증세가 있는 사람은 나빠질 수 있다. 양 다리를 ‘찢는’ 박쥐자세나 엄정화가 영화 <싱글즈> 에서 선보인 나비자세(구두수선공 자세라고도 한다)도 좋지않다. 배꼽 아랫쪽을 지나치게 자극하면서 질과 요도의 조이는 힘을 약화시켜 ‘밑이 빠지는’ 느낌과 함께 요실금의 원인이 된다. 다리를 벌리고 지탱하는 자세가 많은 ‘태양예배’를 여성에게는 권하지 않는 이유다. 또 허벅지 살을 빼는 효과가 있어서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누운 영웅자세’는 중장년층에게는 무릎에 지나치게 강한 자극을 주는 위험한 동작으로 분류한다. 싱글즈>
요가의 기본으로 불리는 호흡명상을 위한 자세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연꽃자세(부처상처럼 가부좌를 튼 자세) 대신 여성에게는 ‘싯다 아사나’를 추천한다. 싯다 아사나는 왼발 뒤꿈치로 회음을 누르고 오른쪽 발은 허벅지와 무릎사이에 끼워 발뒤꿈치가 배꼽 아래로 오게 하는 것. 연꽃자세가 회음을 벌리는 반면 이 자세는 회음을 막아준다.
최씨는 요가가 신분계급사회였던 고대 인도의 남성중심적 문화전통에서 나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도에 수련여행을 가본 분은 알겠지만 여성 지도자가 없습니다. 간혹 여성 지도자의 특강이 열리지만 이들 조차 유럽이나 미주쪽에서 온 사람들이에요. 요가경전을 읽다 보면 남자에게는 에너지의 저장소이며 지혜와 초능력적인 힘의 원천인 정수리를 자극하는 물구나무 서기를 ‘요가의 왕’으로 권하는 반면 여성에게는 역 물구나무서기를 권해서, 남성의 권위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봉쇄하죠. 자연히 모든 요가 동작은 남성의 몸에 더 적합하게 개발되었다는 것을 감안해서 수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씨는 2000년대 들어 요가가 참살이 건강법으로 뿌리를 튼실히 내렸다면 앞으로는 무조건적인 예찬 대신 요가 바로 알기에 나설 때라고 강조한다. 그 첫 걸음으로 여성의 몸과 생리현상에 초점을 맞춘 수련서 <위험한 요가(dangerance yoga)> (가제)를 구상중이다. 위험한>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 '여자를 위한 요가' 6가지 동작 수련법/ 검강+미용에 여성 자신감 회복 1석3조예요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몸이 무겁고 활기가 없다면 마음이 병들었다는 증거. 최씨는 정직하게 마음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요가수련은 건강과 미용은 물론 여성으로서 당당한 주체성과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최씨가 직접 여성에게 좋은 요가 동작 수련법을 소개했다.
1. 호흡: 몸은 우주의 기를 담은 항아리다. 뱃살을 빼고 몸을 따뜻하게 한다.
얄팍한 베개를 엉덩이 뒤에 살짝 고여준 뒤 싯다 아사나를 취한다.
입을 다물고 혀는 말아서 입천장에 댄다. (침 분비가 활발해져 소화력을 높인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상태서 턱은 당기고, 항문 괄약근을 조인 뒤 아랫배를 최대한 끌어당긴다. 몸을 항아리처럼 닫아서 숨 속에 들어있는 우주의 기운이 온 몸을 천천히 돌아다닌다고 생각한다.
숨을 참을 수 있을만큼 참은 뒤 천천히 내쉰다. 숨은 코로 마시고 코로 내쉰다.
2. 바람빼기: 복부의 어혈을 없애 뱃살을 제거하고 요통과 생리통을 완화시킨다.
두 무릎을 붙인뒤 구부려서 가슴으로 당긴 후 두 팔로 팔장 끼듯 감싸 안는다. 뱃살이 많아 힘든 사람은 무릎을 살짝 벌린다.
누운 상태서 먼저 숨을 내쉰 뒤 숨을 마시면서 상체 들고 무릎을 가슴쪽으로 바짝 당긴다. 최대한 몸을 작고 동그랗게 말아준다.
숨 참고 괄약근 조이고, 5초간 자세를 유지한다.
숨 내쉬면서 상체를 내린다.
3. 구름다리 변형자세: 자궁을 튼튼하게 해주고 질을 수축시키며 요실금을 예방한다. 허벅지 안쪽 살을 빼는 데도 효과적이다.
누운 상태서 두 무릎을 접어 발뒤꿈치가 엉덩이에 닿도록 한다.
두 손이 발 뒤꿈치에 가볍게 닿도록 한다.
먼저 숨 내쉬고, 숨 마시면서 허리와 엉덩이를 살짝 들어주고 턱은 당긴다.
숨 참고 괄약근 조인 채로 5초간 자세 유지.
숨 내쉬면서 아랫배 최대한 끌어당긴 뒤 엉덩이를 내린다.
4. 토끼자세: 소화력을 좋게 해 특히 임산부들에게 권한다. 얼굴과 머리쪽으로 혈액공급이 원활해져 혈색이 좋아지고 얼굴 붓기를 뺀다.
무릎을 꿇고 엎드린 자세를 취한다. 두 손은 어깨 너비 정도로 벌려 바닥을 짚는다.
정수리를 바닥에 댄 뒤, 두 손을 등뒤에서 깍지 끼고 숨을 마시며 위로 쭉 올린다.
들 숨과 날 숨을 10회 이상 반복한다. 숨 내쉴 때는 아랫배를 척추에 대는 느낌으로 쭉 끌어당긴다.
천천히 팔 내리고 자세를 풀어서 한쪽 뺨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 상태로 이완한다.
5. 소얼굴자세: 고관절을 풀어주고, 하체의 살을 빼는 데도 효과적이다. 틀어진 골반을 바로 잡아 준다.
왼쪽 무릎은 아래로, 오른쪽 무릎은 위로 접어 무릎이 일직선상에 오도록 다리를 모은다.
양 손으로 두 발바닥을 누르며 숨 마시면서 허리를 쭉 편다.
숨 내쉬며 이마가 무릎 앞쪽 방바닥에 닿을 정도로 상체를 숙인다. 아랫배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숨 마시며 허리를 펴고 다리를 바꿔 다시 한다.
6. 물구나무 서기: 혈액순환을 도와 전신비만을 해소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해준다. 살이 아래로 처지는 것을 방지한다.
벽을 마주보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벽에서 15cm정도 떨어진 곳에 손을 깍지 낀다.
정수리에서 이마쪽으로 1cm 정도 앞쪽을 깍지 낀 손 앞에 바짝 댄 후 머리 전체를 깍지낀 손으로 감싼다.
무릎을 펴서 몸을 삼각형을 만든 뒤 한쪽 다리부터 힘껏 차 올리면서 벽에 붙이고 물구나무 선다.
최소 3분 이상은 자세를 유지하나 목이 아프다고 느껴지면, 한 다리씩 차례로 내린다. 익숙해지면 한번에 15분까지 연장한다.
자세를 마친뒤 여자는 질쪽에서 방귀처럼 가스가 나온다. 몸 속의 나쁜 가스가 빠지는 것이므로 당황하지 말 것.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 최아룡 원장 '명상 통해 성폭력 악몽 극복'
요가원 이름 치고는 엉뚱하다 싶다. 세상속으로 가는 요가원(www.beautiyoga.com). 최아룡씨가 광화문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일상에 찌든 몸과 마음을 풀어놓고 자기정화의 시간을 갖는 요가의 탈속적 이미지에 너무 경도된 탓이었을까. 그러나 이름에는 최씨의 지나온 내력과 삶의 자세가 고스란히 담겼다.
최씨는 200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S대 김교수 성폭력사건’의 피해자였다. 대학원생이었던 당시 ‘최김희정’이라는 가명으로 언론에 오르내린 그는 금기사항이었던 상아탑내 교수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렸고 형사사건으로 정식 제소한 인물이었다.
“분노가 너무 커서 살 수가 없는 날들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는 최씨는 그때 요가에 깊이 침잠했다. 1996년부터 요가에 입문했지만, 가해자가 음모설을 제기하고 재판 때문에 경찰서 진술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그 참담한 순간을 수시로 떠올려야 하는 일은 몸과 마음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명상속에서 길을 찾았다.
“가부장적이고 획일화된 사회속에서 여성으로 억눌려 살아온 자신을 깨달았어요. 그 순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내 감정, 분노와 욕망 등을 받아들이자 싶었습니다. 굳이 숨길 것도, 일부러 떠벌릴 것도 없이. 마음 바라보기에 도달하니 더 이상 두렵지않더군요.”
최씨는 대부분의 학교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상처를 극복 못하고 결국 학교를 떠나거나 해외로 나가는 것과 달리 요가로 스스로를 세우고, 학교도 꾸준히 다녔다. 세상을 피하느니, 세상속으로 더 굳건히 다가서겠다는 의지였다. 지난 해에는 박사 논문자격 시험도 통과했다.
최씨는 “요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당당한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싶다”고 말한다. (사)한국요가연합회 기획실장과 요가 지도자 자격증 심사위원으로 활동중이며 어린이 성폭력 피해자 쉼터와 미혼모 시설에서 상담봉사와 요가 전수에도 힘쓰고 있다.
이성희기자
■ 요가에 관한 사소한 오해들
▦ 양말은 항상 벗어야 한다? 아니다. 계절과 지역적 특성, 개인의 몸 상태를 감안해 벗거나 신을 수 있다. 인도는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서도 양말을 신지 않을 만큼 항상 더운 나라이지만 손발 냉증이 있거나 추운 계절에서 조차 양말을 안 신는 것은 넌센스. 독일이나 일본 등에서는 전문지도자들도 양말차림이 흔하다. 발이 미끄러질 것을 걱정한다면 매트를 사용하라.
▦ 요가와 명상은 다르다? 아니다. 내공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동작 중에도 명상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한 번에 한 곳에 집중하기. 요가 수련을 하면서 자극이 오는 부위에 집중하면무의식속에 잠재된 것들이 떠오른다. 그런 감정이나 사건 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런 일이 있었지’, ‘그때 너무 챙피했지’ ‘무서웠지’ 등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곧 명상이다.
▦ 웃음요가는 다 좋다? 아니다. 독일에서는 요즘 웃음요가가 인기이지만 중국에서는 울음방이 성업중이다. 사람마다 감정의 결이 틀리는 만큼 카타르시스에 이르는 방식도 틀리다. 유행에 휩쓸리지 말자.
▦ 요가원은 큰 곳이 좋다 규모 보다 지도자 대 수련생의 비율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 큰 곳은 시설은 훌륭해도 수련생이 너무 많을 수 있다. 올바른 수련을 위해서는 지도자가 한 명 한 명 자세를 잡아줘야 하므로 초보자일수록 10명 안팎의 작은 규모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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