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이 제의한 개헌을 관철시키기 위해 어떤 카드를 동원할 것인지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노 대통령은 어제 자청한 기자간담회에서 “남은 국정을 착실하게 마무리할 생각이며 임기 단축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정의 변칙이나, 헌정에 변동을 초래할 정변의 가능성을 스스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일단 안도할 수 있게 됐다. 대통령의 느닷없는 개헌 제안으로 부질없는 파장이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정국의 불확실성이 이 정도로라도 제거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욱 바라는 것은 노 대통령이 개헌 제안을 거두었으면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상황이 뚜렷해진 이상 이를 계속 고집하는 것은 오기밖에 안 된다. 절차가 충족되지 않으면 헌법이 정하는 바대로의 개헌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모든 야당이 모두 반대하고 있어 정상적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충분히 판명됐다. 국민이 찬성한다면 또 다른 문제일 수 있지만 국민의 생각 역시 대통령의 생각과는 딴판이다.
노 대통령은 헌법 기관장들과의 간담에 이어 어제 여야 정당 대표와의 대화를 통해 개헌 제안을 설명할 예정이었으나 야 4당은 일제히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 임기 중 개헌이 불가하다는 것은 대통령의 설명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을 정도로 정치적 국민적 합의가 끝났다는 얘기다.
야당의 반대에 대해 노 대통령은 “대단히 오만한 자세”라고 비난했지만 정작 오만한 측은 대통령임을 알아야 한다. 국가의 대사를 기습적으로 던져놓고 내 말이 맞으니 나를 따라야 한다는 발상이야말로 민주주의 하에서 있을 수 없는 독선적 독재적 방식이다. 그러니 정략적 동기에 대한 의심을 거두라고 백번 말해 봐야 누가 이를 믿겠는가.
노 대통령이 해야 할 바는 명예롭게 제안을 거두는 것이다. “개헌에 대한 진정이 이러함에도 여론이 납득하지 않으니 그 뜻을 따르겠다”고 물러서는 것이 임기 말 국력을 아끼는 길이다. 국민 동의 없는 개헌을 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노 대통령은 대국민 설득을 하겠다고 이것 저것 하느라 국정 순위가 헝클어지는 무리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야당의 뜻과 민의를 수용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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