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측은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한 정치적 득실을 쉽게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4년 연임제’ 개헌 필요성을 주장했던 만큼 일단 개헌 자체는 찬성하지만 향후 진행될 개헌 정국이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우려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고 전 총리측은 우선 개헌 정국이 본격화 한다면 통합신당 논의가 개헌 목소리에 묻혀버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핵심 측근은 10일 “개헌이 정국 중심으로 부상하고 노 대통령이 논의 주도권을 잡아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신당을 추진 중인 고 전 총리에게는 득이 될게 없다”고 말했다.
특히 ‘개헌 대 반개헌’ 구도가 전개된다면 고 전 총리가 논의 구조에서 소외 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제기된다. 개헌 정국의 전선이 국회에서 형성될 텐데 원내에 자신의 주장을 대변할 세력이 없는 고 전 총리로서는 적극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 당장 캠프에선 “자칫 중요한 아젠다 싸움에서 밀릴 우려가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캠프 일각에서는 개헌이 본격 공론화 할 때를 대비해 원내교섭단체 구성 및 독자신당 창당을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캠프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반대로 개헌이 안 될게 뻔하기 때문에 개헌 국면이 길게 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신당 창당의 길을 뚜벅뚜벅 가면 된다”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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