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서울에서 술을 마시고 집이 있는 신도시까지 택시를 타고 돌아올 때였다. 한밤인데도 이상하게 차가 막혔다. 왜 막히지, 사고가 났나? 술 취한 친구와 나는 미터기를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뒷좌석 우리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머리 희끗희끗한 택시기사 아저씨가 한 마디 툭, 던졌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 앗, 이건 또 무슨 희한하고 안드로메다 은하 뺨 때리는 말씀이신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한두 번 듣는 소리도 아니니 그냥 침묵하기로 했다.
그런 말씀들이야 그동안 너무 많이 들어왔던 터였다. 변비가 걸려도 노무현 때문이고, 세월이 천천히 가는 것도 노무현 때문이고, 지구 온난화 현상이 지속되는 것도 노무현 때문이라는 어법.
침묵한 나와는 달리 친구는 바로 택시기사 아저씨의 안드로메다 논법에 딴지를 걸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맹렬히 말다툼을 했다. 택시에서 내려 뭐 그런 걸 갖고 말싸움을 하냐고 내가 탓하자, 친구가 말했다.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저런 말도 안 되는 말들이 횡행한다고. 그래서 나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이렇게 말을 했다. 그래도 뭐, 택시비는 내가 냈잖아.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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