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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힐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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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힐러리

입력
2007.01.1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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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대서양을 건너다 갑자기 엔진이 고장 났다. 조종사, 소년, 교황, 무명씨, 힐러리 클린턴 이렇게 다섯이 타고 있었다. 낙하산은 네 개뿐이었다. 기장이 선수를 쳤다.

"난 처자가 있어." 무명씨에 이어 힐러리가 "난 죽으면 안 돼.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여자거든"하며 뛰어내렸다. 교황이 소년에게 "가거라. 남은 낙하산을 써"했다. 그러자 소년 왈 "걱정 마세요, 두 개 남았어요.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아줌마가 방금 제 배낭을 갖고 갔거든요."

■ 안티 힐러리 사이트'저 여자를 막아라'(www.stophernow.com)에 실린 '금주의 농담'인데 기실은 똑똑한 여자라 싫다는 고백이다.

잘 나가던 힐러리의 지지율이 4위로 떨어지자 미국의 한 정치 전문지는 남성들의 공포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뭐가 무서운 것일까? 돼지띠로 올해 환갑인 그녀는 나이가 들면서 은발이 늘고 상도 넉넉해졌지만 총기는 갈수록 더하고 명쾌하면서도 힘찬 목소리에는 우아함까지 실렸다.

일찍이 전미 100대 변호사에 두 번 선정되고 법대 교수, 퍼스트 레이디, 상원의원 재선까지…. 그래서 지지 사이트(www.votehillary.org)도 "여성을 대통령으로"라는 촌스러운 얘기는 안 한다. 캐치프레이즈는 "더 강력한 미국을 위한 대담한 리더십. 때는 지금. 우리는 힐러리가 필요하다"이다.

■ 그러니 남성들이 무서워하는 것이 이해는 간다. 그러나 내년 대선에서 힐러리가 당선된다면 그런 분들한테도 오히려 잘 된 일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우선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해야 한다는 오랜 강박관념이 단박에 깨짐으로써 현실과 관념의 불일치 때문에 겪어야 하는 심리적 통증이 사라진다. 갑자기 어깨에서 힘이 쫙 빠지면서 허탈할지는 몰라도 결국은 홀가분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미군 총사령관도 여성인 마당에 내 상사가 여성인들, 아내가 나보다 돈을 좀 많이 번들 그게 무슨 대수랴.

■ 여성들도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힐러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여성이라거나 미모 때문이 아니라 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았기 때문이겠다.

따라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관까지 시켜줬는데 국회에서 질책 좀 받았다고 질질 짜거나 총리 청문 과정에서 부도덕성이 드러나 낙마했는데도 남성 의원들이 여자라고 물고 늘어져서 안 됐다고 투덜대는 식의 어리광은 이제 안 통한다. 더더욱 당당하게 남성들과 겨뤄야 하니 실제로는 더 피곤해질 것이다. 그래서, 남자인 나는 힐러리의 당선을 간절히 기원한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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