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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출산장려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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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출산장려정책

입력
2007.01.1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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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종종 쓰는 '칠흑 같은 어둠'이란 표현이 있다. 얼마나 깜깜했으면, 어둠에 옻칠을 한 것 마냥 윤이 난다고 했을까. 한데, 요즈음은 그런 어둠을 만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불을 끄고 누워도, 이삼 분만 지나면 사물의 윤곽과 그림자가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다. 세상의 밤이 너무 밝아진 탓이다.

나는 그런 밝아진 밤 때문에 우리의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진 것이라 믿고 있다. 밤까지 계속 대낮의 합리주의와, 이성적 태도가 지속되기 때문에, 도무지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부부가 함께 작정하고 침대에 누운 그 상태에서도, 서로의 얼굴을 보며 걱정하기 바쁘다. 교육비는 어떡하지, 누군가 한 명은 직장을 쉬어야 할 텐데, 그래도 가족수당이 생기잖아, 에이 그거 얼마나 된다고. 침대 옆 스탠드를 환하게 밝혀둔 상태에서 부부는 고민에 빠진다.

그러다가 다시 슬그머니 거실로 나가 24시간 방영되는 OCN이나 CGV에 채널을 맞춘다. 사정은 그러하다. 그러니, 출산장려정책은 보건복지부에 맡길 일이 아니다.

그건 한전의 일이다. 신혼부부 가정엔 밤 12시 이후부터 단전을 시키면 된다. 그 옆에 철도공사에서 기찻길 하나 놓아준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어쨌든, 출산장려정책의 핵심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한전에서 나설 일이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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