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열린 35분간의 기자간담회에서 직선적으로 야당의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때로는 목소리가 격앙되기도 했고 시종 특유의 공세적인 어투였다. 그는 발언 모두부터 “(개헌안을 통해) 실제로 한 번 더 나오는 거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많아 깜짝 놀랐다”면서 자신이 개헌과 이해관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잦은 헌법 개정에 대한 우려에 대해 “우리는 60년간 9번 개정했는데 비슷한 시간 독일은 51번 헌법을 개정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과거 행보까지 일일이 끄집어 내며 개헌 제안의 진정성을 설명하는데 활용했다. 특히 그는 “자꾸 (야당에서) 정략 이야기를 하는데 1990년 3당 합당 때 김영삼 대통령을 안 따라간 것도 정략이냐, 92년 14대 총선을 부산에서 치른 것도 정략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런 것들이)정략이라면 정말 (내가) 탁월한 통찰력의 지도자 이겠지만 나는 (정략을) 몰랐고 양심이 지시하는 데로 서야 할 곳에 섰다”며 개헌 제안의 순수성을 부각시키려 했다. 그는 또 개헌 정국이 국정 소홀로 연결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멀티태스킹’(multitasking, 하나의 컴퓨터가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일)을 거론하며 “(개헌은) 입으로 차분하게 토론하는 것”이라며 “개헌을 하더라도 동시에 여러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요지.
-열린우리당 탈당에 대한 입장은. 개헌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임기단축 카드를 활용하거나 개헌안이 부결될 경우 불신임으로 받아들여 조기하야 할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우선 당적 문제는 야당들이 개헌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온다면 고려할 수도 있다. 그런 정도로 열어놓겠다. 임기단축은 하지 않겠다. 개헌이 부결되는 것을 불신임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제가 개헌안에 제 신임을 걸었을 때 그렇게 되는 것이지, 저는 여기에 제 신임을 걸지 않았다. 저는 남은 국정을 착실하게 마무리할 생각이다.”
-야당 대선 후보들을 만나 설득할 계획은 있는지.
“초청에 응할지 충분히 검토한 뒤에 제안을 하든지 하겠다. 이 법이 통과되면 다음 대통령은 안정된 입지를 갖고 대통령을 할 수 있다. 그 분들과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 그런데 오늘 당에 초청했는데도 안 오는 걸 보니까 응할지 안 응할지 알 수가 없다. 어느 정당이 대화도 안 하겠다, 토론도 안 하겠다 이것은 민주주의 안 하겠다는 거 아니냐. 거기다가 토론 거부 결의안까지 하고 함구령까지 내리는 것은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것이다. 민주 정당이 맞는가. 차기 지도자들도 이와 같은 중대한 국가적 과제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
-지난해 2월 출입기자단 산행에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통령 주도로 개헌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갑자기 생각이 바뀐 것인가.
“(당시에는) 개헌을 제안해도 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되기 어려운 일을 자꾸 벌리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이제 임기 1년 남겨놓고 마무리할 것을 쭉 챙겨보니 역시 이 개헌 문제를 그냥 못 본체 하고 넘어갈 수 없었다. ‘갑자기’라고 말씀들 하시는데 언제나 이런 제안은 갑자기 나올 수밖에 없다. 미리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면서 다른 일도 안되게 시끄럽게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정략적 제안으로 많이 들 얘기하는 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다 지난날 ‘헌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사람들이다. 필요하다고 했던 사람들이 지금 와서 안되겠다고 이야기하는 게 오히려 정략적이지 않느냐. 그 당의 여론 지지가 앞서가는 사정때문에 못하겠다는 것 아니냐. 조선, 중앙, 동아일보 다 2004, 2005년에 사설, 또는 기자 칼럼으로 개헌이 필요하다고 썼다. 특히 어떤 신문은 2006년 말 2007년 초가 적기라도 분명하게 명백하게 썼다. 그래 놓고 지금 와서 전부 안된다, 이것이야말로 반대를 위한 반대 아니냐.”
- 개헌 문제로 경제 등 산적한 현안이 뒤로 밀린 느낌이 있는데.
“부동산, 서민생활, 경제, FTA, 북핵 한미관계 다 열심히 하겠다. 지장 없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 한가지 일에만 매달리는 대통령이 어디 있나.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개헌이 국정에 지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남은 임기 내에 선거구제 개편 등 다른 정치적 이슈를 제시할 의사가 있는가.
선거구제에 관한한 한나라당이 중대선구제를 하거나 비례대표 늘리는 데 대해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개헌도 반대하고 다른 선거구제에 대해서도 반대하지만 선거구제에 관한 것은 소위 일정 지역에 있어서의 지역적 독점권 갖고 있는 결정적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에 억지로 하자고 설득할 수 없다. 우리가 너무 정략적 계산, 숫자 놀음 여기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뻔하더라도 그게 가치 있는 일이고 옳은 일이면 힘을 모아 추진해야 한다. 개헌은 다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면 갑시다. 이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