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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청소년문학상 12월 장원 뮨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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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청소년문학상 12월 장원 뮨예지

입력
2007.01.1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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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 청소년 문학상’ 12월 시 장원에 문예지(대전 문정중)양의 <다리는 있다> 가 뽑혔다. 이야기글 부문에는 전혜인(이화여자외고)양의 <스카이 다이빙> , 비평ㆍ감상글 부문에는 신동승(부천고)군의 <글틴문화> , 생활글 부문에는 심혜경(광주 대광여고)양의 <딱정벌레> 가 각각 장원으로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 홈페이지(www.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 다리는 있다

문예지 (필명 화성인) 모르는 새 비늘이 돋아나고 있었다. 녹색 도마뱀의 오돌토돌한 비늘이, 연필을 쥔 엄지와 검지부터 오소소 돋아났다. 순식간에 머리를 넘어 심장께까지 덮어나갔다. 그때까지도 나는 그걸 몰랐다. 연필이 닿은 끝에는 채 다 풀지 못한 수학문제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숨 한 번 쉬고 책을 덮었다. 사방에서 수학문제가 노려보는 것 같은 기분 탓으로 살갗이 따갑다고 생각했다. 하는 수 없이 오돌토돌한 녹색 표지의 수학책을 다시 보았다. 그 때, 종이가 뒤틀리며 뽀드득 소리와 함께 뒷다리가 돋아났다. 녹색 도마뱀의 뒷다리가.

그리고 다시 앞다리가. 이내 책 앞부분이 부풀더니 머리가 나왔다. 그 것은 외쳤다, 못 푼 수학문제를. 달려드는 도마뱀. 쿵 쿵 쿵 쿵, 피크인 장면의 BGM처럼 심장이 뛰었고, 놀란 다리가 뒷걸음질을 치다 넘어졌다. 그 때 나는 보았다. 거울에 비친, 심장께까지 덮은 오돌토돌한 녹색 도마뱀 비늘을. 졸음을 쫓기 위해 꼬집힌 살갗 위의 새빨간 따가운 자욱을. 가슴을 덮은 선명한 황금색 글씨, ‘수학의 정석’을. 정석 도마뱀이-혹은 반쯤 도마뱀이 된 내가- 내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내게 꼬리는 없다.

<심사평>

화성인의 <다리는 있다> 는 무엇보다 발상이 돋보이는 시입니다. 시적 화자와 수학책을 ‘도마뱀으로의 변태’라는 설정을 가지고 시적 비유망을 잘 구사한 튼튼한 구성이 돋보입니다. 기존의 시작법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만의 상상력을 끌어와서 거침없이 전달하고 싶은 바를 풀어내는 솜씨가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종이가 뒤틀리며 뒷다리가 나온다는 표현은 뛰어난 발상이 적절히 표현되었을 때 줄 수 있는 감흥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좋은 구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경주ㆍ시게시판 운영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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