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녀는 괴로워' 관객 500만 돌파 눈앞… 성공 비결 뭘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녀는 괴로워' 관객 500만 돌파 눈앞… 성공 비결 뭘까

입력
2007.01.11 23:47
0 0

<미녀는 괴로워> 가 500만 관객 동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9일까지 ‘미녀’를 만난 관객은 470만 명. 평일 최소 7만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는 현 추세면 주말쯤 500만 돌파가 가능하다.

주연배우 김아중이 부른 <마리아> 도 인기 절정이다. <마리아> 는 MP3, 휴대폰 벨소리, 통화음, 홈페이지 배경음악 다운로드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며 배우를 가요계 정상에 올려 놓는 기현상을 연출했다. 조폭이 등장하지도, 섹스를 소재로 삼지도 않은 코미디로서는 보기 드물게 흥행질주를 하는 <미녀는 괴로워> 만의 비결은 뭘까. 여성 영화인들에게 성공 요인을 들었다.

확실한 타깃층을 잡아라

<미녀는 괴로워> 의 흥행 성적은 기대를 넘은 성과다. 개봉 전 제작사 KM컬처의 예상 관객 수는 300만. “500만까지는 전혀 예상을 못했다”고 한다. (중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Mr.로빈 꼬시기) (해피 피트) (조폭 마누라3) 등 연말연시 기대작들이 앞뒤로 즐비하게 배치돼 있었기 때문. <미녀는 괴로워> 가 <박물관은 살아있다!> 와 함께 ‘흥행 쌍끌이’를 이룬 것은 이변으로 평가 받는다.

이변의 뒤에는 기획의 힘이 있었다. <미녀는 괴로워> 의 관객은 70%가 여성이며 이들 중 다수가 20대 초반이다. ‘95㎏ 뚱녀가 48㎏의 쭉빵 미녀로 변신한다’는 내용은 ‘성형 천국’ 한국의 젊은 여성들의 눈을 단숨에 낚아챘다. 심재명 MK픽처스 사장은 “어느 나라보다 외모 콤플렉스가 많은 젊은이들의 고민과 정서가 녹아있다”고 지적한다.

작품들이 쏟아지는 극장가 대목에 확실한 지지층은 천군만마격이다. 20대 초반 여성의 마음을 잡으면 흥행몰이는 충분하다는 제작사의 계산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논란 피하고 판타지를 자극하라

성형이라는 문제적 이슈를 건드리되 심각하게 파고들지는 말라. <미녀는 괴로워> 의 성공 제2 법칙이다.

외모지상주의를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꿈을 이루고 싶은 뚱녀의 애절한 사연으로 무마시켰다. 심각할 수 있는 주제를 살짝 슬프면서도 유쾌하게 마무리 지은 게 주효 했다. 정승혜 영화사 아침 대표는 “성형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성형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판타지로 해결하면서 여성들의 대리만족 심리도 충족시켰다. 이유진 영화사 집 대표는 “사랑 이야기보다 뚱녀의 사연에 집중하니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감정이입이 확 되더라”고 말했다.

눈요기, 들을 거리에 충실하라

<미녀는 괴로워> 는 일본의 동명 만화가 원작. 2001년 영화 판권을 사들였으나 각색이 힘들어 스크린으로 옮기지 못했다. 판권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5월 크랭크인에 들어간 <미녀는 괴로워> 는 ‘얼굴 없는 뚱보 가수의 희망 찾기’라는, 원작과는 아주 다른 이야기로 승부했다. KM컬쳐의 심영 이사는 “판권료가 제목 값이라고 할 정도로 뼈대만 빌렸다”고 말했다.

이야기뿐 아니라 눈요기와 들을 거리 등 ‘포장’에도 힘을 쏟았다. 영화 초반과 후반부를 장식하는 콘서트 장면을 위해 들어간 돈은 3억원. 알록달록한 화면 구성을 위해 세트 등 미술작업에는 6억원이 들었다. 제작비 43억원의 영화로서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금액이다. 이유진 대표는 “분장 미술 등이 이야기를 뒷받침 해주니 한층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실리콘 가슴이 터질까 봐 남자와 포옹을 못하는 등 성형을 둘러싼 우스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점도 제대로 먹혔다. 곽신애 K&J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는 “관객들이 상상하는 에피소드를 모두 보여주니 쉴 틈 없이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 '미녀는 괴로워' 김용화 감독 "여배우 아킬레스건 성형…캐스팅 어려워"

<미녀는 괴로워> 의 김용화 감독은 2003년 <오! 브라더스> 로 데뷔했다. <오! 브라더스> 는 31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 해 추석 시즌을 석권했다. 김 감독은 2연타석 흥행 홈런을 친 셈이다.

-성형과 외모지상주의 논란을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처음부터 영화가 성형 담론으로 빠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성형이 좋다 나쁘다’는 식으로 몰고 가면 자승자박할 것이란 우려를 했다. 외모보다 중요한 것도 많다는 걸 말하면서 그래도 사람들이 외모에 좌우되는 현실을 적절하게 풀어보고 싶었다.”

-원작과 달리 주인공을 가수로 설정한 이유는.

“재능은 있지만 용모가 받쳐주지 않아 립싱크와 코러스만 해야 했던 한 여자 디제이의 사연을 우연히 듣게 됐다. 가슴에 와 닿는 진솔한 이야기라 이거다 싶어 바로 영화에 차용했다.”

-캐스팅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는데.

“성형이라는 소재가 여자 배우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수 있나 보더라. 이런저런 이유로 (캐스팅) 거절을 많이 당했다. 김아중은 외모가 근사하면서도 연기도 진실하게 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 캐스팅을 했다.”

-음악감독인 그룹 ‘러브홀릭’의 이재학과 어떤 관계인가.

“친구다. 대학시절 같은 그룹사운드에 있었다. 나는 보컬을 했고 재학이는 베이스를 맡았다. 둘이 만나 좋은 결과를 얻으니 참 뿌듯하다.”

-음악, 특히 콘서트 장면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하다.

“콘서트 장면은 굉장히 힘들었다. 관객들이 ‘막 찍었구나’하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미녀는 괴로워> 는 음악이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음악이 캐릭터가 돼서 영화를 이끌어가는 부분이 많다.”

라제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