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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개헌, 진지하게 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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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개헌, 진지하게 논의하자

입력
2007.01.1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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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고 연임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하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많은 사람들은 노 대통령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구사해 온 '판 뒤집기' 전략으로 개헌 카드를 들고나왔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가 개헌에 성공할 가능성은 0%라는 잔인한 전망도 나왔다.

각 신문 방송들이 9일 대통령의 개헌 제안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개헌 찬성과 반대가 엇갈리고,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다음 정권 이후에 해야 한다는 주장이 60~70%에 이른다.

한국일보 조사에서는 개헌 찬성이 47.7%, 반대가 42.7%로 나왔다. 또 81.7%가 야당의 반대(46.1%)와 국민투표 부결(35.6%)로 개헌이 안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제안이 정략적 목적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61.3%였다.

● 한나라당 논의 참여해야 혼란 줄어

한나라당은 개헌 제안을 즉각 거부하고 개헌 논의에 일절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296석 중 3분의 2인 198석의 찬성이 필요한데, 열린우리당(139석)이 다른 야당들과 무소속의 협조를 얻는다 해도 한나라당(127석)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상황이 나쁘다고 해서 노 대통령이 개헌 제안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거듭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2월쯤 개헌안을 정식으로 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공고하면 국회는 60일 안에 이를 의결해야 하고 국회를 통과하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

대통령이 실제로 개헌안을 발의한다면 한나라당은 계속 빗장을 걸어잠글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개헌 발의권은 헌법이 부여한 권한이다. 대통령이 발의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그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의결할 의무가 있다. 한나라당은 이제 개헌 논의에 참여할 준비를 해야 한다. 국회에서 개헌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바른 선택을 하는 것만이 혼란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술수에 말려들게 될까 봐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민의 지지율이 여당의 2배, 3배에 이르는 막강한 야당이다. '식물 대통령'이라고 격하시켜 온 노 대통령의 술수를 겁낸다면 말이 안 된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은 시대정신을 읽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상대방의 술수에 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 중 한 사람인 박근혜 의원은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서 "참 나쁜 대통령이다. 선거밖에 안 보이는가. 국민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내용의 개헌을 주장해 온 박 의원이 지금 노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단지 노 대통령의 제안이 정략적이기 때문인가. 국민이 불행해진 것은 '나쁜 대통령' 한 사람만의 책임일 수 없다.

대통령 임기 4년과 연임 허용에 대해서는 찬반론이 팽팽하다. 연임이 가능해지면 첫 임기 4년에는 인기영합 정책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고, 또 다음 4년 임기에서는 레임덕이 너무 빨리 온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 국가발전 위해 민주역량 모아야

그러나 국민들도 산전수전 겪으면서 배운 것이 많고, 인기영합 정책을 쏟아낸다고 해서 다시 당선시켜 줄 만큼 순진하지 않다. 또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연임을 못시켜 안타까운 분이 누구인가 생각해 보면 실제로 연임에 성공하는 대통령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 임기와 연임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고, 대선과 총선 시기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에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음 정권에서는 총선 두 번, 지방선거 한 번을 치르게 되는데 그 부작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개헌 논의는 이미 시작됐다. 이미 시작된 논의를 "노 대통령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 싫다"거나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외면할 수는 없다. 1948년 헌법을 제정한 후 9번에 걸친 개헌은 모두 정변이나 국민적 저항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민주적인 역량을 모아 국가발전에 도움이 될 개헌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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