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0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개헌을 제안한 노무현 대통령을 “참 나쁜 대통령”으로 평한 것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개헌을 끄집어 내며 반격했고, 한나라당은 “사람들에 다가가는 표현”이라며 박 전 대표를 엄호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4부 요인 오찬에서 “ ‘나쁜 대통령’은 자기를 위해 개헌하는 대통령”이라며 “이번 개헌은 나를 위한 개헌이 아니라 차기 대통령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휴 여론조사비서관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나쁜 대통령’을 “임기를 연장하려는 개헌, 독재를 항구화 하고자 한 개헌, 그것을 날치기나 폭력으로 추진하려 했던 대통령이 진짜 나쁜 개헌, 나쁜 대통령”이라고 규정하고 그렇게 한 사람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을 거명했다. 특히 “3선 개헌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유신 헌법을 제정한 박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이냐”고 따졌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박 전 대표도 대통령 연임제와 정ㆍ부통령제를 수 차례 주장했는데 자신이 주장하면 괜찮고 노 대통령이 주장하면 나쁜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3선 개헌을 무리하게 추진했거나 장기 집권을 위해 유신헌법을 제정한 사람이 사실상 나쁜 사람”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거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현직 대통령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임기 연장이나 단임 폐지와 같은 내용의 개헌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당연한 내용”이라며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마치 자기의 기득권을 버리는 것인 양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황석근 부대변인도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대통령은 나쁜 대통령이지 결코 좋은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나쁜 대통령에서 벗어나는 길은 재집권을 위한 대권욕을 버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은 의원총회에서 “개헌제안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언급 중 박 전 대표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며 “ ‘참 나쁜 대통령’이란 표현이 굉장히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사람들에게 확 다가갔다”고 추켜세웠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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