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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진정 21세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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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진정 21세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면

입력
2007.01.1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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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임기를 마무리해 달라는 대다수 국민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보란듯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정국은 정계개편 논란과 대권 경쟁에 개헌 문제와 대통령의 사임에 대한 각종 시나리오마저 가세해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에 대한 악영향은 차치하고도 이러다가 1920, 60, 80년대에 민주화의 물결을 탔던 많은 나라들이 분열과 혼란으로 민주화를 무위로 만들었듯이 20년 민주화의 성과를 모두 무로 돌리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 소용돌이 일으키는 노 대통령

87년 헌법이 여러가지 모순점이 있고 21세기를 담아내기에는 낡은 헌법이라는 것은 국민 대다수가 인정한다. 그러나 21세기를 준비하는 개헌은 국민이 하나 되는 화합의 장에서 이루어야지 정파적인 갈등 속에서 벼락에 콩 구워 먹듯 해서는 안 된다. 이미 낡은 헌법으로 치부되고 있는 87년 헌법조차도 모든 정파가 합의한 가운데서 직선제라는 국민의 열망을 담아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후의 모든 정치관계법 제ㆍ개정은 87년 헌법개정의 정신에 따라 여야합의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관행을 무시한 채 개헌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발의하고 개헌에 실패할 경우 불신임투표로 간주하겠다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시절의 개헌의 아픈 추억을 되살리는 것이다.

우리 정치의 근원적인 문제가 5년 단임제에서 비롯된 것이고 4년 연임제가 그 해답이라고 본다면 문제의식도 해결방법도 모두 잘못되었다. 우리 정치의 문제는 대통령과 국회의 임기 불일치로 여소야대가 빈번하게 출현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87년 헌법이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만들어지는 바람에 권위주의 시절 대통령에 과다하게 집중되었던 권한을 적절하게 배분하지 못해 아직도 3권분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있다.

이 때문에 아직도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하는 권위주의 시절에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횡행하는 가운데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등 국회가 제대로 대통령을 견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있다.

국정의 운영을 대통령 마음대로 순수대통령제로도 운영했다가 프랑스식 준대통령제로도 운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는가 하면, 입법권 중 최상의 입법권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개정 발의권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4년 연임제가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 제도이지만 이 역시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대통령과 국회의 임기를 맞추면 여대야소의 출현 가능성이 매우 커지는데 이러한 경우 정부여당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4년 연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의회선거가 2년마다 있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의 임기를 모두 4년으로 하면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진다. 4년 연임제를 채택하고자 한다면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국민소환제도 같이 채택해야 권력의 집중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차분히 국민 합의를 모아야

아울러 여소야대의 폐해 때문에 임기를 맞추겠다고 하면서 중대선거구제의 논의가 나오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 중대선거구제는 다당제를 더욱 촉진하는 제도이고, 다당제가 촉진되면 여소야대의 출현은 더욱 빈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21세기를 준비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믿는다면, 이렇게 정치적 소용돌이를 일으킬 것이 아니라 조용히 국민들의 합의를 모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2004년 구성되었던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의 권고로 대대적인 정치관계법의 손질이 있었던 것처럼, 각계의 대표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고 이들로 하여금 헌법개정안을 권고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투표는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실시해도 다음 대통령의 임기 시작 전에 헌법을 공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김민전ㆍ경희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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