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개헌론 확산을 위해 군불 때기에 나섰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바닥인 상황에서 적지 않은 국민이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개헌 화두를 선점했다는 데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였다.
김근태 의장은 10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개헌은 사회적 합의가 끝난 문제로 설득력이 있다”며 “정략적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국정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장은 “나라 전체가 개헌 문제에 휘말릴 필요는 없다”며 “당장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개헌 문제에서는 정치권이 원만하게 합의해서 국민 결정을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다. 개헌 문제로 통합신당 추진을 지체할 수 없는 당내 사정을 고려한 발언이지만 개헌 추진 의지에는 변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김한길 원내대표와 장영달 의원은 각각 이날 대통령 4년 연임제 외에 ‘정ㆍ부통령제’와 ‘양원제’ 등 새로운 개헌 이슈를 제시하며 논의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공세도 이어졌다. 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전날 노 대통령을 향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한 데 대해 “나쁜 사람은 오히려 3선 개헌을 무리하게 추진했거나 유신헌법을 제정한 사람”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우리당은 개헌 논의를 계기로 국민적 지지를 확대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한나라당의 균열도 기대할 수 있다는 나름의 계산을 하고 있다. 신당파의 정봉주 의원은 “한나라당이 흔들릴 수 있는 이슈를 끊임 없이 던져야 우리에게 유리한 정세가 조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 사수파의 김형주 의원은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려있는 상황에서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화두를 던지고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노 대통령이 던진 개헌 카드를 덥석 받는 것은 위험하다는 시각이 엄존한다. 특히 신당파 내에서 그런 기류가 강하다. 양형일 의원은 “임기 말까지 (정치의) 중심에 서 있겠다는 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이번 개헌 제안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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