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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해진 시화호 철새군무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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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해진 시화호 철새군무쇼

입력
2007.01.1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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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41ㆍ여ㆍ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11일 두 자녀를 데리고 1년만에 경기 안산 시화호를 찾았으나 실망만 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이들에게 산 환경교육 현장을 보여주고 시화호의 겨울 진객(珍客)인 철새의 군무(群舞)를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호수 주변은 썰렁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해 이 맘 때 보였던 철새들은 자취를 감춘 듯 했다.

이날 대부도동 방아다리 인근에서 바라본 시화호에는 큰고니 60여 마리와 청둥오리 등 오리류 5,000여 마리가 노니는 게 고작이었다. 최근 수년간 오리류만 4만∼5만 마리에 달하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준 모습이다. 많게는 7만 마리에 육박하던 철새들은 시화호를 등지고 있었다. 그나마 사동 갈대습지공원 주변에서 눈에 띈 철새들이 전부였다.

시화호 환경지킴이인 최종인(53ㆍ안산시 환경관리과)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철새가 시화호를 덮을 정도로 많이 몰렸으나 올해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줄었다”며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송전선로가 설치되고 주변 개발이 잇따르는 등 인위적인 환경변화 때문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흰죽지오리의 경우 아무리 적더라도 매년 1만 마리 이상은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100마리도 안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시화호에는 2004년까지 매년 흰죽지오리만 1만 마리 이상 날아왔으나 2005년에는 개체수가 150마리로 크게 준데 이어 지난해 겨울에는 480마리만 관측됐을 뿐이다.

환경 및 생태전문가들은 시화호 철새 개체수 감소가 주변 지역 생태변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화호 환경이 개선됐지만 최근 수년간 다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주변 지역의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철새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이야기다.

반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산습지공원 관계자는 “철새가 1주일 가량 안보이다가도 떼를 지어 몰려오기도 한다”면서 “아직까지 철새 개체수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상항”이라고 말했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시완 박사도 “시화호에 철새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지만 개체수가 항상 일정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안산=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 철새 개체수 왜 줄었나/ 기후보단 생태여건 악화에 무게

강과 호수의 수질이 개선되는 등 생태계가 복원되면서 국내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 개체수는 2004년부터 100만 마리를 초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조사이후 가장 많은 123만여 마리가 관측됐다.

환경부가 매년 실시하는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에 따르면 국내 5대 철새 도래지는 금강호, 시화호, 새만금과 인접한 동진강, 만경강, 태화강 순이다. 해마다 기후여건 등에 따라 개체수 순위가 일부 바뀌지만 큰 변동은 없다.

개체수는 조사 시기의 기후 및 주변환경에 따라 바뀐다. 중부지방의 기온이 떨어져 강과 호수가 얼어붙을 경우 철새는 먹이감을 구하기 위해 남부지방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올 겨울은 중부지방의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날씨때문에 개체수가 감소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생태여건이 악화해 개체수가 줄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987년부터 강원 의암호 주변 조류서식 실태를 조사해온 박광돈 강원도 산림개발연구원은 “매년 의암호를 찾던 겨울철새 규모는 3,000여 마리였으나 올해는 흙탕물 영향으로 먹이감이 줄어 예년대비 30%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완료되고 시화호 주변의 생태여건이 악화해 올해는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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