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진보·중도·보수 등 이념과 가치관을 달리하는 종교ㆍ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공동 새해모임을 열었다. 이들이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글'의 제목도 '만나고 대화하고 화합하겠습니다'다.
이들은 지금의 한국을 다양한 세력이 경쟁·협력·공존하며 살아가는 다원화 사회로 규정하고, △다른 생각과 입장 존중 △산업화와 민주화의 사회발전 기여 인정 △사회통합을 깨뜨리는 극단론 극복 △폭력적·불법적 집단행위 불용 등 네 가지를 천명했다.
우리 사회의 갈등 원인과 치유법을 이처럼 명쾌하게 제시한 사례도 흔치 않다. 다짐의 주체가 지금까지 갈등 생산자로서 일정 부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단체의 지도자들이라는 점도 남다른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가 겪는 갈등과 반목은 이념과 가치관의 괴리 이상으로 증폭된 측면이 없지 않다. 실제로 여러 여론조사에서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다수 국민에게서 나타나는 이념의 간극은 그다지 크지 않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충분히 접근 가능한 수준이다.
특히 갈등의 주원인이 되는 극단론은 원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단일 가치나 이념으로 포괄할 수 있는 현실이란 정상적 사회에선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란 특정 이념체계가 아니라 조정과 타협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 가는 절차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다시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이념과 가치의 교조적 강요는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파쇼적 행태임을 새삼 명심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이 다짐이 대선을 앞두고 나온 것은 의미가 깊다. 정파적 목적으로 갈등이 조장되고 부풀려질 것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타협과 균형, 통합의 정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들이 현 시점에서 경계 메시지를 띄운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실천은 모든 사회구성원이 감당해야 할 일이지만, 특별히 이날 모임을 가진 종교ㆍ시민사회단체 지도자들이 구체적으로 선도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