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노사관계 선진화의 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노사관계 선진화의 길

입력
2007.01.11 23:47
0 0

성과급 문제를 둘러싼 현대자동차 노조의 시무식 폭력사태는 노사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전투적 노동운동의 상징이자 견인차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투쟁일변도의 노동운동은 설 땅이 더 좁아질 듯하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현대차 노조의 채용비리와 납품비리 그리고 파업을 비난하는 지역 상점은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소비파업 등 일련의 불미한 일들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사용자측이 성과급을 150% 주기로 약속해놓고 100%밖에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회사의 시무식에서 폭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노조는 폭력문제를 깨끗이 사과하기보다는 사용자측에게 이래저래 탓을 돌렸다.

현대차 노조는 성과급을 50% 더 받을 때까지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기로 했다. 12일에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의 이 같은 강공은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 같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사용자측이나 정부가 모처럼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가 현대차 노조에게 사과할 것을 제안하는 등 노동계마저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처럼 잘 나가는 회사의 노동조합이 왜 투쟁에 몰두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임금과 안정된 직장이 보장된 그들이 이처럼 무리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해외에서 현대자동차 차량을 볼 때마다 느꼈던 자부심이 실망으로 바뀐다고 말한다.

현대차 노조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판은 더욱 격하다. 자동차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바는 같지만 단지 협력업체에 입사했다는 이유로 훨씬 적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화통이 터질 일이다.

현대차 파업이 발생할 때마다 일감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하고 현대차가 임금을 인상할 때마다 그 부담을 전가하면 할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협력업체의 노동자들은 억울한 생각마저 들게 된다.

사실 이것은 현대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강경투쟁을 일삼는 노조가 들어선 회사라면 다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경쟁의 격화로 멀쩡하던 회사도 삽시간에 도태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웬만한 노조는 사용자와 공존하는 것이 노동자를 위하는 길이라는 점을 체득하게 됐다. 이러한 흐름은 강경투쟁을 일삼았던 노조들이 온건ㆍ합리 노선으로 속속 전환한 사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투쟁일변도의 전투적 노동운동은 진작 바뀌었어야 했다. 개발연대 시절의 억압적 노사관계는 1987년 민주화운동과 노조 활성화에 힘입어 일찌감치 도태된데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산업구조와 재벌의 기업지배구조도 상당부분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은 시대 흐름에 역주행을 하듯 권력집단으로 변질됐고, 부패의 나락에 빠지기도 했다.

정부가 노사관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야 할 시점에 강성노조와 섣부르게 타협을 하면서 고질병처럼 굳어갔다. 이 바람에 법과 원칙보다는 무원칙한 대화와 타협이 횡행하면서 전투적 노동운동이 득세를 하게 됐다.

노사관계를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노사의 의식과 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편법이 아니라 원칙을 중시하는 정부의 의지,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인재를 키우고 소중히 여기는 기업의 철학, 그리고 시대정신을 읽는 노동운동 지도자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현대차 노조의 폭력사태가 그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태기ㆍ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