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말 우리 국민은 '마린 보이' 박태환(경기고)과 '은반 여왕' 김연아(군포수리고)의 잇단 승전보로 잠시 삶의 고단함을 잊고 행복했다.
박태환은 지난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수영에서 3관왕에 오르며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MVP에 선정됐고, 김연아는 며칠 뒤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에서 정상에 올라 101년 한국 피겨 역사를 새로 썼다.
한 살 터울의 두 어린 영웅이 한국 스포츠의 불모지이자 '불가능'으로 치부되던 수영 경영과 피겨스케이팅에서 이뤄낸 성과 여서 더욱 값졌다. 단번에 '국민스타'로 떠오른 이들은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뉴스메이커가 됐다.
그러나 새해 벽두 두 스타가 코치들과 결별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 연출됐다. 박태환의 경우 전 코치가 제3자가 개입됐다고 주장하는 등 '음모론'이 제기됐고, 김연아 측도 '인연은 여기까지'라면서 결별을 통보했다. 노민상 수영 코치나 박분선 피겨 코치는 이구동성으로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도하 아시안게임과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뒤에 결별하게 됐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크게 성공하니까 동고동락했던 '조강지처'를 버리는 격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과 조명을 받았지만 이들의 대언론 창구는 부모였다. 전 코치들은 근황은 물론 훈련일정까지 까마득히 모르는 등 소외된 끝에 결별 통보를 받았다.
한 부모는 코치의 말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기피, 제동을 걸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은 없어야 한다. 부모 만큼 이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박태환과 김연아는 혼자의 몸이 아니라 '국보급 인기'를 누리는 대한민국 소속의 선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에서 특혜시비를 불러 일으킨 만큼 잡음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더욱 연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지난해 말부터 비슷한 행보를 보여온 두 스타가 굳이 결별을 택한 것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주장한다. 박태환은 외국기업이 후원할 것으로 알려졌고, 김연아도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브라이언 오셔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들의 코치 결별 과정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더라도 이제는 한 발짝 물러서서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 볼 때다.
둘은 오는 3월 나란히 세계선수권에 출전한다. 불과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시간을 해명과 반박의 소모전에 낭비해서는 안 된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인 두 꿈나무가 어른들의 이해 관계에 휘둘려 상처를 입거나 방황케 하지 말아야 한다. 마음 고생은 허리통증이나 발가락의 티눈보다 더 큰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둘은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물살을 가르고, 빙판을 지치는 데 매진해야 한다. 자칫 다가오는 세계선수권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올 경우 이번의 사태가 부메랑이 되서 돌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세계 정상을 향한 그들의 진화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성장가능성이 무한한 그들이 세계 최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주변에서는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울타리가 돼 주자. 오는 3월 두 스타가 전해줄 낭보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스포츠 1팀장 여동은 deyu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