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복원공사에 발맞추어 세종로 한복판에 광장이 조성된다고 한다. 세종로 차도 정중앙에 폭 이십칠 미터짜리 광장을 만든다는데, 이건 또 누구 머리에서 나온 잔머리인지, 얼굴이나 한번 봤으면 좋겠다(필시, 매일 세종로를 차만 타고 돌아다닌 친구일 게다).
광장이 조성되는 거야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는 차도 정중앙에 만든다는 것이다. 버스전용차선 때문에 차도 정중앙에 만들어진 정류장에 서서, 하루종일 버스를 기다려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폭 좁은 보도블록에서 옴짝달싹 못한 채 자동차 매연 한껏 흡입하면서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이건 뭐 절로 흥남부두에서 LST를 기다리던 피난민 심정이 되고 만다.
시청 광장은 또 어떤가. 일전에 시청 광장 앞 분수대 근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서성거린 적이 있었는데, 교차로 신호등에 걸린 자동차 운전사들이 일제히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모두 에고, 젊은 놈이 이 시간에, 쯧쯧, 하는 눈빛들이었다. 광장 만드는 거,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공섬처럼 보기에만 좋은 광장은 필요없다. 그러니, 제발 광장에 잔디 좀 깔지 마라. 잔디 때문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만드는 것 또한 문제이지만, 24시간 내내 매연을 뒤집어쓸 잔디들을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절로 짠해진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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