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해양심층수로 소금만 만들고 있어요.”
9일 경북 울릉군 북면 현포리 울릉미네랄㈜ 현포공장. 250여평에 이르는 공장내부는 요즘 적막감이 감돈다. 넓은 공장엔 직원 3명이 소금을 생산하며 공장을 유지하고 있다. 페트병에 담겨서 팔려야 할 아까운 해양심층수는 대부분 바다로 버려지고 있다.
해양심층수 개발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심층수의 체계적인 개발 등을 위해 2004년 9월 ‘해양심층수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입법예고 했으나 2년 넘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100억~2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심층수 시장은 일본 업체들이 장악했고, 입법예고에 맞춰 사업을 추진한 민간기업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먹는해양심층수’는 2005년 12월 ‘먹는 물 관리법’상 먹는 물에 포함됐으나 취수조건과 생산시설, 품질기준 등을 정하는 심층수법이 제정되지 않아 현재 생산 및 판매가 불가능하다. 정부는 2004년 최초 입법예고 후 관련부처와 협의한 끝에 이듬해 6월 수정입법예고했고, 이후 법제처심사와 공청회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 농림해양수산위에 상정됐다. 하지만 해양심층수 개발의 공영성 확보와 개발업자에 대한 과다한 면허기간(20년), 이용부담금과 사용료 이중 징수문제 등이 지적되면서 통과하지 못했다.
이처럼 관련법 제정이 지연되면서 심층수 개발에 뛰어든 민간업체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 2004년 말 민간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로 수심 650m 울릉분지에서 심층수를 뽑아 올린 울릉미네랄은 가장 큰 피해자이다. 이 회사는 해양심층수 소금을 생산하는 등 해양심층수를 상품화한 선발업체로 그 동안 50억원 가까이 투자했다.
경북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심층수 개발업체는 4, 5개에 이른다. 강원도와 고성군이 민간투자자와 함께 200억원을 투자한 ㈜강원심층수는 설비투자를 미루고 있고, 강릉시, 울진군, 영덕군, 울릉군 등도 관련법이 통과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울릉미네랄 관계자는 “심층수 개발이 불가능한 중국시장과 연간 2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된 일본 진출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관련법이 제정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울릉도 인근 심층수는 일본 심층수보다 품질이 좋아 법안만 통과되면 수년 내에 연간 2,000억원 이상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 담당자는 “국회상임위에서 지적된 공공성 강화를 위해 가급적 공영개발 방식을 취하고 면허기간 단축 등으로 법안 일부를 수정해 2월 국회에 올릴 예정”이라며“하지만 개헌과 대선정국에 휘말릴 경우 낙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해양심층수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수심 200m 이상 깊은 바닷물이다. 연평균 수온이 2도 내외의 저온성과 풍부한 영양염류, 미네랄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생수나 음료수, 소금 등은 물론 농수산 건강 관광레저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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