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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산 정주영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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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산 정주영 생각

입력
2007.01.09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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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가끔 고(故) 아산 정주영을 떠올리게 된다. 해가 바뀐 까닭이기도 하고, 대선이 다가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삼 그의 앞선 생각과 장한 뜻을 되돌아 보게 되는 것이다.

오래 전 외환위기 때, 남북협력이 시작되었을 때, 그리고 최근 아파트 반값 얘기가 나왔을 때, 문득 그의 선견에 생각이 미치곤 했다. 소탈한 성품과 서민적인 풍모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준 남다른 발상과 결단력, 과감한 실천력을 뒤늦게 재평가하게 된다.

▦ 다 아는 얘기지만, 홍준표 의원의 발의로 새삼 주목을 받은 반값 아파트 아이디어의 원조는 아산이다. 1992년 대선 때 통일국민당 후보였던 아산이 내건 공약의 하나였다. 개발이익을 배제하고 인허가 비용과 건설원가를 절감한 후, 도시조성비를 국가가 부담하면 45%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많은 유권자에게 실현가능성이 없는 공약처럼 받아들여졌다. 현대그룹을 최대 재벌로 성장시킨 신화의 주인공이었지만, 보다 복잡한 국가 경영엔 모자람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와 김대중씨는 결국 대선에서 패배했고, '정치 9단'이라는 김영삼씨가 당선되었다.

▦ YS의 초기 개혁은 눈부셨다. 그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도 후회할 만큼 한때 지지도가 95%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말기에 이르러 아들 비리에 이어 외환위기와 IMF 사태를 맞았다. "경제에 밝은 정주영씨가 대통령이었다면, 이 지경은 면했을 것"이란 후회도 오갔다.

외환위기로 인해 DJ는 비교적 쉽게 다음 대통령직에 올랐다. 이미 정계를 떠난 아산은 홀로 남북교류에 의욕을 보였다. 강원 통천 출신의 실향민인 그는 98년 소 1,001마리를 이끌고 판문점을 넘는 민족적 퍼포먼스를 펼쳤다.

▦ 그는 일찍이 지금 국민적 최대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 IMF 사태 이후의 경제문제, 대북협력의 비전 등을 꿰뚫어본 것이 아니었을까? 92년 대선 무렵 잘 아는 관상가 김승길씨에게 대선주자 중 누구 관상이 가장 좋은가를 물은 적이 있다.

그는 "하늘을 찌르는 듯한 기백의 정주영씨 관상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유감스러운 것은 그가 중절모를 써서 기백을 스스로 누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선의 해 벽두에 떠올려본, 잊혀진 꿈의 한 토막이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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