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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 경찰' 직무유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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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 경찰' 직무유기 논란

입력
2007.01.09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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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사건을 눈 뜨고 방치해 딸이 죽게 된 거나 다름없다. ” “법대로 처리했을 뿐이다.”

혼자 살던 집에서 스토커에게 살해된 20대 여성의 가족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안이한 대처를 이유로 국가에 1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스토커는 사건 발생 9일 전 피해 여성의 신변보호 요청에 따라 근처 지구대에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이웃의 신고로 현장에 도착했지만 주변의 ‘집안 진입’ 요청을 무시하고 1시간 가량 집 바깥에만 맴돌다 그냥 철수했다.

▲스토커가 일 저지르고 있다

지난해 9월11일 오전8시32분. 경기 시흥시 정왕동 다세대주택 3층 S(27ㆍ여)씨 집에 직장 동료 P(28)씨가 들이닥쳤다. P씨는 S씨를 마구 때렸고 때마침 직장 선배 L(35ㆍ여)씨와 통화하던 S씨는 “언니 도와줘”란 말과 함께 비명을 질렀다. 비명 소리에 놀란 옆집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평소 P씨의 스토킹 사실을 알고 있던 L씨와 직장 동료들은 S씨 집으로 달려왔다.

6분 뒤인 8시38분, 정왕지구대 경찰관 2명이 도착했다. 현관문을 여러 번 두드렸으나 인기척이 없었다. L씨 등은 정황을 설명하며 강제 진입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가족이나 친인척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며 망설였다. 직장 동료들은 가족의 연락처를 몰라 발만 굴렀다.

경찰은 2m 떨어진 옆 건물 3층 옥상에 올라가 S씨 방안을 살펴봤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출동 1시간 4분만인 9시36분께 경찰은 철수했다.

경찰이 밖에서 서성이던 9시18분께 P씨는 S씨를 살해한 뒤 여동생에게 “자살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P씨 여동생의 신고를 받고 10시55분 다시 출동했고, 집안에서 칼에 찔려 숨진 S씨와 배에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P씨를 발견했다.

▲범죄 징후 없으면 강제진입 못한다

경찰은 “어떠한 범죄 징후도 발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거주자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강제로 들어갈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정왕지구대 관계자는 “하루에만 폭행 신고전화가 80통이 넘는데 매번 집안에 들어가면 주거의 안정이라는 개인의 권리가 침해된다”며 “가정 폭행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S씨 가족은 “터무니 없는 변명”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이웃들과 직장 동료들이‘피해자는 한 동안 고통에 몸부림 치듯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질러 댔다’ ‘인기척이 없으면 더 위험한 것 아니냐’고 다급하게 말했는데도 경찰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주장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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