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구상은 지난해 말 정기국회가 끝나면서 본격화했다. 하지만 9일 오전 담화 발표 전까지 철저한 보안이 유지돼 ‘깜짝 발표’가 이뤄질 수 있었다.
노 대통령은 2002년 대통령후보 시절부터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통령 당선 후 각종 간담회 자리에서 몇 차례 개헌 문제도 언급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청와대 출입기자단 산행을 마지막으로 개헌 발언은 자취를 감췄다.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지면서 개헌 제안이 국면 전환용 카드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듯 하다.
그러나 개헌 구상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 청와대 비서실에 대선 공약 정리를 지시했다. 정기국회 기간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진행되기를 내심 기대했지만 전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12월9일 정기국회 종료 직후 개헌 제안을 결심하고 자료 조사를 지시했다.
정태호 정무팀장을 비롯한 10여명의 참모가 담화문 초안 작성과 외국사례 수집을 시작했다. 헌법학자와 전문가들의 의견도 수렴했다. 노 대통령은 연말쯤 한명숙 총리를 만나 개헌 제안 의사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기국회 당시에는 많은 법안과 예산 문제가 있어 정기국회가 끝날 무렵부터 적극 검토에 들어가 이번에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안은 철저하게 유지됐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병완 비서실장과 정무파트 관련 참모만 알고 있을 정도였다. 2005년 7월 대연정 제안을 하기 직전 여당에 미리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가 공개되는 바람에 오히려 진정성에 의심을 산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아침 청와대측이 일부 방송사에 생중계 여부를 문의하면서 관련 사실이 외부에 처음 공개됐다.
청와대는 32쪽 짜리 개헌 설명 자료도 따로 준비했다. 4년 연임제와 국회의원 및 대통령 임기 조정 논리를 뒷받침하는 해외 사례와 헌법학계의 개헌 찬성 의견을 자세하게 정리했다. 특히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개헌 관련 발언을 함께 실어 눈길을 끌었다. 심지어 물러난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02년 4월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던 사실도 공개해 개헌 불가론을 펼치는 한나라당을 은근히 겨냥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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