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차세대 광(光)디스크인 블루레이와 HD DVD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듀얼포맷 플레이어(모델명 BH100)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하자 양 진영으로 나누어져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차세대 DVD 플레이어 판매를 시작한 일본 업계는 현재 블루레이와 HD-DVD 진영으로 나뉘어 치열한 규격 전쟁을 벌이고 있다. 도시바가 주도한 HD DVD 진영에는 산요전기, NEC,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이, 소니와 삼성전자가 이끄는 블루레이 진영에는 마쓰시타, 샤프, 히타치, 파이오니아 등이 속해 있다.
고화질에도 불구하고 호환이 되는 않는다는 불편함과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이 구입을 주저하고 있는 터에 LG가 양측의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기기를 선보인 것이다. LG전자가 이번에 개발한 BH100은 양 규격에 대응할 수 있는 화상처리 해독용 반도체를 채용하고, 디스크를 읽어 들이는 부분에 2종류의 렌즈를 설치했다.
대당 1,999달러로 비싸다는 지적이 있지만 일본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향후 병용기가 주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영화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사는 "이것으로 영화사도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병용기 개발은) 규격 분열에 의한 혼란 종결을 향한 제 일보"라고 환영했다.
각 진영의 반응은 제 각각이다. 도시바는 "HD DVD의 사용 폭이 넓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크게 반겼다. 반면 지난해 말까지 블루레이를 채용한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을 100만대 판매한 소니 진영은 "(두 규격을 사용하기 위해) 괜한 비용을 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구입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BH100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07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걷지도 못하면서 날려고 한다"고 비꼬았고, LG전자측은 "시기 질투하는 자의 항변일 뿐"이라며 맞받아치는 등 국내업체간의 신경전도 가열됐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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