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6학년 아들을 둔 이모(43ㆍ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토플만 떠올리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최근 학원측에 지불한 아들의 토플 수강료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말하기 시험이 추가된 토플 적응력을 길러주기 위해 이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A토플 전문학원을 찾았다.
수강료가 8주 과정에 136만원이었다. 교재비와 테스트비 11만원은 별도였다.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었더니 “겨울방학 특강이어서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씨는 “다른 학원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수강료가 지나치게 고액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겨울방학을 맞아 대치동과 압구정동 등 강남 일대 학원들이 특강 명목으로 수강료를 멋대로 받고 있어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영어 수학 과학 역사(사회) 등 수요가 많은 과목들을 중심으로 비싼 수강료가 곳곳에서 말썽이다. 교육청이 정해놓은 과목당 월 6만8,000원의 수강료 기준을 지키는 곳은 전무한 실정이다.
대치동 B학원은 월 20만원이던 역사과목 수강료를 방학 시작과 함께 월 22만원으로 슬그머니 올렸다. 10% 인상이다. 국어 전문학원으로 알려진 대치동 C학원은 언어 논술 내신 등 3개 분야로 나눠 고액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1개 분야 수강료는 월 40만원이다. 3개를 모두 수강하려면 국어 한 과목에 월 120만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학 전문 S학원도 1월부터 월 22만원인 수강료를 24만원으로 올렸다. S학원측은 “특강 성격이 강한데다 주위 학원들도 대부분 수강료를 올려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초중등 대상 영어 전문학원인 D학원은 수준별로 책정된 수강료를 올리지 않는 대신 자체 개발한 간단한 내용의 이러닝 프로그램을 듣도록 해 수강료를 받는 사실상의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 학원은 특정 프로그램의 1개월 수강료로 4만4,000원을 받고 있다. 학생들로서는 학원측이 내 준 과제물을 처리하려면 프로그램을 들어야 해 “상술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서울시교육청은 겨울방학 수강료와 관련한 학부모 불만이 쏟아지고 있지만 지도 단속은커녕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초등 5학년, 중학 2학년 두 아이 1월분 학원 수강료로 220만원을 냈다는 정모(44ㆍ강남구 도곡동)씨는 “방학동안 아이들 실력을 키워주기 위해 학원에 보내고 있는데 솔직히 수강료 부분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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