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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전투구' 민속씨름 고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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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전투구' 민속씨름 고사 위기

입력
2007.01.0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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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줄타기를 하던 민속씨름이 이제는 아예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 씨름의 양대 단체인 민속씨름연맹(이하 연맹)과 대한씨름협회(이하 협회)가 이전투구 양상의 주도권 싸움을 벌이며 위기를 더욱 심화 시키고 있다.

연맹은 지난 8일 “대한씨름협회가 2월18일로 예정된 설날장사씨름대회에 선수를 내보낼 수 없다고 통보해 와 대회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연맹과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양 단체는 대회 출전을 둘러싸고 지난 해 11월부터 3차례나 내용 증명이 오가는 ‘전쟁’을 벌이며 주도권 싸움에 열을 올렸다. 먼저 ‘포문’을 연 협회는 “연맹이 더 이상 민속씨름을 주도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니다” 고 주장했다. 반면 연맹은 협회의 이러한 반발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협회에 민형사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협회의 최창식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더 이상 연맹에 씨름을 맡겨서는 안 된다. 지난 해 연맹은 이만기 이봉걸 등 씨름계의 명망 있는 인사들을 줄줄이 고소하기만 했다”며 연맹과의 ‘결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축구를 보더라도 협회 산하에 프로연맹이 있다. 프로씨름단이 1개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향후 씨름판의 주도권이 협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듭된 프로팀 해체로 위기에 몰린 연맹은 지난 2005년 9월 협회와 국내 각종 씨름대회에 지자체 소속 아마추어 선수들을 출전 시키기로 합의하며 활로를 모색했다. 프로보다 아마추어 선수들 위주로 꾸려지면서 이제는 연맹이 주도권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 연맹측은 “민속씨름이 극도로 침체되어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논의를 할 때인가”라며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두 단체의 주도권 싸움을 바라보는 씨름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민속씨름의 ‘상징’인 천하장사대회가 지난해 대가 끊긴 데다 민속씨름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설날장사대회’마저 무산되자 이제 씨름이 서서히 공멸의 길로 들어선 것 아니냐는 비관 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이만기 인제대 교수도 “아예 할말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씨름판의 비전을 얘기하겠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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