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우주인 후보 두 명이 선발되었다고 여기저기서 떠들썩하다. 축하해줄 만한 일이다. 한데, 말이 좀 이상하다. 우주인이라니? 우주에 한번 다녀왔다고 해서 우주 사람이 된다는 말인가?(우주인과 같은 말은 외계인이다) 그럼, 그 친구들은 더 이상 지구인이 아니란 말인가?
일본의 저술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우주로부터의 귀환> 을 읽다 보면 재미있는 구절이 나온다. 미국인 최초 우주 여행을 한 앨런 셰퍼드는, 우주에 다녀온 후, 이런 짧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떠나기 전에 나는 썩어빠진 개였지만, 지금은 그냥 개다.' 지리산 노고단까지 차를 타고 한 번 휙 다녀온 후, 지리산 종주라도 한 양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있다. 우주로부터의>
서울역 지하차도에서 노숙인들과 하룻밤 자본 뒤, 노숙인의 처지를 다 이해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주에 한 번 다녀온다고 우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우주 비행사다. '위'의 개념도 없고, '아래'의 개념도 없고, '종'과 '횡'도 없는 우주 공간에, 그저 한 번 다녀온 사람. 어떤 면에서 여행은, 떠나는 사람뿐만 아니라, 여행기를 듣는 사람에게도, 커다란 편견을 심어준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너무 부풀리고 있다는 생각. 우주는커녕, 여권도 없는 나는, 그냥 밤하늘 동짓달이나 바라보며 토끼 생각이나 할련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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