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으로부터 구청의 도시계획 사업 정보를 빼내 사업 예정지의 주택을 사들인 뒤 여러 세대로 분할, 미등기 전매하는 이른바 ‘지분 쪼개기’ 수법으로 거액을 챙긴 기획 부동산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지익상)는 8일 공원ㆍ도로 등으로 개발될 곳의 다가구주택을 매입한 뒤 여러 세대로 지분을 나눠 투기 목적 투자자에게 미등기전매해 수십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위반)로 기획부동산 업자 박모(46)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억대의 돈을 받고 기획부동산업자에게 신규도로 개설 정보를 넘긴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동대문구청 6급 공무원 장모(52)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 부동산 업자들은 2004년 12월부터 2005년 1월까지 동대문구 휘경동 도로개설 사업계획을 구청에서 빼낸 뒤 주택 2채를 10채로 늘려 미등기 전매해 10억원을 챙기는 등 2003~2005년 중랑ㆍ도봉ㆍ강북구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최소 32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수사결과 이들은 주택매입 및 ‘지분쪼개기’를 담당하는 ‘작업자’, 철거주택을 기획부동산에 넘기는 이른바 ‘교통’, ‘작업자’나 ‘교통’으로부터 전문적으로 철거 주택들을 매수해 인터넷 등으로 투자자(무주택자)를 모집하는 매매전문 기획부동산업체 등으로 철저하게 역할 분담하는 등 점조직 형태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도시계획 사업으로 철거되는 주택의 세대주에게는 SH공사의 33평 이하 아파트 특별분양권이 주어진다는 점을 노려 최대한 많은 분양권을 확보하기 위해 ‘쪼개기’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구청공무원과 부동산투기사범 사이의 구조적 비리사슬이 확인됐다”며 “투기로 분양권 및 관련 보상금이 과다 지급돼 국가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만큼 다세대전환 허가를 제한하는 등 `지분 쪼개기’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동대문ㆍ중랑ㆍ도봉ㆍ강북ㆍ노원구청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소공원, 주차장, 도로를 새로 만드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3년 이후 30여건이 완료됐거나 시행중이다.
■ 용어설명/ 지분 쪼개기
다가구주택은 원룸빌딩처럼 여러 세대가 살더라도 단독주택으로 취급돼 재건축이나 재개발, 도시계획사업에 따른 철거 등에서 분양권을 1장 밖에 인정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기획 부동산업자 등이 주도해 세대별로 1개의 분양권을 받는 다세대주택으로 불법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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