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해경(海景), 풍부한(?) 해풍, 조세피난처라는 매력적인 조건을 갖춘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 ‘시랜드 공국(The Principality of Sealand)’이 매물로 나왔다.
영국의 에섹스주 하위치항에서 11㎞ 떨어진 북위 51도 53분 40초, 동경 1도 28분 57초에 위치해 있는 시랜드 공국은 2차 대전 당시 영국이 북해 연안의 항구방어 차원에서 만든 해상방공 구조물. 두 개의 큰 기둥 위에 550㎡ 규모의 플랫폼과 그 위에 주거용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전쟁 후 방치돼오다 1967년 패디 로이 베이츠라는 영국군 퇴역 소령이 가족을 이끌고 정착한 뒤 국가로 선포했다. 이듬해인 68년 영국 해군이 강제 퇴거를 시도했으나 베이츠가 경고 사격을 하는 등 강력 대응해 무산됐다.
영국 정부는 이 구조물을 회수하기 위해 재판을 시도했으나 당시 국제법상 이 구조물이 영해인 5.6㎞ 밖이어서 좌절됐다. 78년 네덜란드와 독일인 사업가들이 베이츠가 외유 중 사업 협상차 시랜드 공국을 방문한 뒤 베이츠의 아들을 인질로 잡고 점거를 시도했으나 베이츠가 헬기로 강습해 이들의 점거 시도를 무력 진압하기도 했다. 이후 베이츠는 문제의 사업가들을 전쟁포로로 규정하고 감금하는 바람에 네덜란드와 독일 정부가 외교관을 보내 협상을 벌여 석방시키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 당시 시랜드 공국은 영국 정부로부터 치외법권라는 해석을 받았으나 국제법상 영해가 반경 12해리로 확장되면서 영국 정부와 베이츠가(家) 사이에 독립국 여부에 대한 국제법적 분쟁은 여전히 잠복돼 있는 상태다.
베이츠가는 헌법은 물론 국기 국가 화폐를 갖고 있으며 여권에 찍는 입국도장, 축구 국가대표팀까지 갖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시랜드 공국이 판매 가격과 관련해 8자리 숫자(1,000만 단위)를 제시했을 뿐 그것이 미국 달러화인지, 영국 파운드화인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패디 로이 베이츠는 현재 85세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1999년 지배권을 아들인 마이클에게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신문은 밝혔다.
마이클은 “시랜드 공국을 세운 지 40년이 됐고 뭔가 변화를 해야 될 때”라고 시랜드 매각 배경을 밝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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