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치러질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야당 사회당은 일찌감치 사상 최초로 여성인 세골렌 루아얄 의원을 후보로 뽑아 선거운동에 나섰지만, 당내 경선이 진행 중인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은 내홍을 겪고 있다.
33만명의 당원을 대상으로 2일부터 인터넷을 통해 시작된 UMP의 경선은 단독 출마한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에 대한 추인 여부를 결정하는‘무의미한 통과절차’로 전락했다. 언론들도 14일의 개표 결과 보다는 오히려 UMP의 내부사정에 더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사르코지의 대선 후보 결정이 유력해지면서 당내 계파간 갈등이 노골화한 탓이다.
UMP는 2002년 대선 1차 투표 직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공화국연합(RPR), 프랑스민주연합(UDP), 자유민주(DL) 등 우파 3당이 시라크로 후보 단일화를 이뤄 낸 뒤 창당됐다.
사르코지의 최대의 적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 그의 측근들은 공공연히 불만을 나타내면서 경선 불참의사를 밝히고 사르코지의 대권행 저지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시라크가 1995년 대선 당시 극우파를 밀었던 사르코지에게 감정의 골이 깊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시라크의 측근으로 경선출마를 포기한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는 7일 “시라크 대통령이 출마 여부를 아직 공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총리가 UMP 경선에서 투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통조림 속의 완두콩과 정어리처럼 한 후보 뒤에 정치 계파를 줄 세우는 행위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사르코지를 비판했다. 같은 계파인 장 루이 드브레 하원의장도 5일 “경선에서 사르코지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때문에 프랑스 정가에서는 사르코지가 당내 경선에서는 승리할 지 몰라도 시라크 측이 당의 단합을 끌어내려는 사르코지의 노력을 좌절케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고 로이터통신이 7일 보도했다. 시라크파 등 다른 계파에서 자체 대선후보를 내보내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라크 대통령이 반대 여론이 높아 3선 출마에 나설 가능성은 낮지만, 직접 나서거나 빌팽 또는 제3의 후보를 밀 경우 사르코지는 코너에 몰릴 수 밖에 없다. 미셸 알리오 마리 국방장관이 이미 루아얄을 물리치기 위해선 여성인 자신이 대항마로 나서야 한다며 독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사르코지는 더욱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루아얄에 역전 당해 사면초가에 빠지는 듯한 모습이다. 일간 르파리지앵이 3일 실시한 조사에서 루아얄에게 4%포인트 뒤졌던 그는 7일 IFOP의 조사에서도 49.5%의 지지율로 50.5%인 루아얄에 1%포인트 밀렸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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